2009-04-18

초밥(寿司)에 대한 단상

즐거운 일들이 많았으면 하는 외국생활에서 먹는 재미를 빼놓을 수 없다.
한국 사람인지라 한국 음식을 찾는 것이 자연스러울 법도 한데
내 경우는 현지 음식을 주로 찾아서 맛보는 것이 좋다고 느낀다.

한국에서 일식을 대할 때면 그 많은 가짓수며 좋은 품질,
무엇보다도 높은 가격에 참말로 곤란할 때가 많아서
통상 회식이나 해야 얻어먹을 법한 경우가 많았다.
물론 아주 많이 먹고 싶으면 OO수산 같은 저렴한 곳에서 덜덜 떨면서 먹기도 했지만...
초밥은 이때 사이드 정도로 등장하는 메뉴였다.

몇년 전인가, 한국에서는 초밥 뷔페가 무척 인기를 끌었고
일반적인 부페에서도 새우나 오징어 등 몇 가지 초밥만 나오던 것을
다양한 종류를 제공하는 시푸드 뷔페 형태로 바꾼 경우가 많았다. (물론 가격도 올랐다...)
이런 곳에 가면 그 다양한 종류에 즐거움을 느끼며 맛있게 식사했던 기억이 난다.

일본에서는 그러한 형식의 뷔페를 찾아보기 어렵고
한국 사람 생각과 같은 일식집은 더더욱 찾아보기 어렵다. (나만 그런가?...)
그 대신 초밥 전문 식당이 꽤 많이 보이고
한국에서는 장사가 잘 안되는 회전 초밥집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뭐 맛이 얼마나 다르겠는가 하는 생각을 많이 하지만
회전 초밥집의 평가에서는 내 주변 일본 사람들의 평가가 엇갈린다.
괜찮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
이유인 즉 맛이 없다나... 어떠한 관점에서 맛이 있고 없고 하냐고 물어보았다.
초밥에 올려져 있는 생선 등 재료의 신선도와 두께, 식감 등으로 판단한다고 하더군.
그들이 괜찮다고 하는 집에 함께 가서 초밥을 먹어 봤다.
(맛있다고 하는 집은 너무 비싸서 못간다... 한 사람당 만엔이 넘는다...)
한국 사람이 한우 고기맛을 알듯, 나는 두께 정도 밖에는 모르겠는 그 느낌을
일본 사람들은 무척 중시하는 것 같다.
물론 맛있는 것은 사실인데, 개인적으로는 아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일본에서 지내다가 한국에 일이 있어 들어갔을 때
예전에 괜찮다 생각하고 즐겨 가던 곳에서 초밥을 다시 맛봤다.
헉~ 정말 차이가 느껴진다. 내 하수 입맛에서는 느끼지 못하리라 여겼던 차이가...
나이를 먹었나, 이제 양으로 승부하는 시대는 지나간건가...
여하튼 한국에서도 초밥 맛을 찾아 다니게 생겼다.

일본에서 즐겨 가는 곳은 がっぱ寿司 라고 하는 큰 회전 초밥집이다.
보통 2개 한 접시에 100엔 (세금 포함하면 105엔) 하는데,
내게는 싸고 맛도 꽤 있으며, 피크 시간에는 빈 자리가 없어 기본 30분은 기다려야 한다.
특히 다른 곳에는 없는 통새우 초밥을 즐겨 먹는 까닭에 많이 간다.
허리띠 풀고 맘 잡고 먹었던 최초에는 혼자 23접시까지 비웠던 기억도 있지만
보통은 7-8접시 정도면 배도 부르고, 꽤 신선한 재료에 괜찮다는 느낌이다.

한국이든 일본이든 가격이 비싸면 좋은 재료를 사용하고 나름 노하우도 있겠지.
기회가 되면 제대로 된 초밥이라던 그 곳에 한번 가 보고 싶다.

1 comment:

  1. 동글게 돌아가는 기차위에 얹혀져 나오는 스시를 기다리는.. 기분이 묘하게 기대되었던..스시집에서의 허기짐이 그리움만큼 커져옵니다.
    언제나 다시 그 입안 가득 그리움을 담아볼런지.

    ReplyDele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