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시절에는 정치에 관련된 이야기를 공적이든 사적이든 일체 하지 않았다.
나라고 왜 의견이 없겠는가마는, 그것이 공직자의 한 사람으로서 할 일이라 생각했고
내가 할 일은 내가 맡은 군인으로서의 임무를 열심히 하는 것이 최선이라 여겼다.
지금은 사회로 돌아갔고, 이곳 일본에서 공부를 하고 있지만
제 버릇 개 못준다고 아직도 정치 이야기는 별로 관심도 없고 꺼내고 싶지도 않다.
국민 한사람 한사람의 관심으로 나라가 잘 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선거 때마다 입으로만 나불대는 여든 야든 정치인들에게 질린 탓이리라.
하지만, 말을 하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판단하고 투표에 부지런히 참석해서
내가 원하는 후보가 당선되기를 꿈꾸면서 자랑스럽게 한 표를 행사하곤 했다.
지금 나라가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인해 무척이나 시끄럽다.
물론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을 막을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무분별한 정치논리의 홍수와 집단적인 광기는 무엇인가 싶다.
언론의 보도가 매우 제한적으로 알려지는 이곳 외국에서는
웹 뉴스에 보여지는, 한마디로 광기라고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여러가지 일들이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누가 무엇을 하든, 그 사람이 그 일에 대해 책임을 지면 다라는 생각이
내게는 또 다른 슬픔을 안겨줄 수도 있다는 경험이 있다.
하물며 일국의 대통령이었던 사람임에야...
죽은 공명이 산 사마의를 쫒아내었다는 고사의 힘을 빌지 않더라도
우리가 처한 이 가벼운 현실이 얼마나 나를 슬프게 하는지...
일전에 내가 쓰던 조종사용 헬멧을 반납하면서
이것마져 가져가니 이제 한반도에 전쟁이 나도 즉각적으로 나라를 지키기 위한 참전은 불가능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자살을 자살이라 하는 것을 웃기는 이야기라 하고,
이미 스스로 몸을 던진 분에게 국가적인 모욕 때문이라 요욕을 뒤집어씌우고
뭐가 안되면 다 OO 때문이라는 농담이 진담처럼 여겨지는 요즘...
이 상황은 언론 보도처럼 가히 "벽에 똥칠"의 클라이막스라 아니할 수 없다.
부끄럽고 뭐라 해석해야 좋을지 모르는 이 상황,
보면 볼수록 여전히 도망치고 싶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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