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영화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한국영화는 솔직히 별로다.
감흥도 안 일어나지만 너무 유행에 민감한 것 같기도 하고
정작 볼 사람과 만드는 사람이 너무 괴리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한국 영화로 포장된 외국적인 시나리오는 아닌지 싶어서...
욕 안나오면 영화가 안되는 듯이 말이다.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고 본 이번 영화는 '인사동 스캔들',
사실 제목만으로는 별다른 감흥이 없었는데...
권하는 사람이 워낙 강하게, 좋아할 만한 작품이라고 권하길래 보게 되었다.
이럴수가... 기대치가 너무 적었나 싶을 정도로
최근에 꼽을 수 있을 만한 수작의 수준을 넘고 있었다.
지난 3일간 4번을 봤으니 내게는 꽤나 재미있었던 것 같다.
- 정말 너무 재미있던 반전의 묘미.
혹시나 이 글을 읽는 분 중에서 아직 못보신 분들을 위해
시놉시스는 밝혀드리고 싶지 않지만
사족을 붙이자면... 내셔널 트래져와 유주얼 서스펙트를 절묘하게 섞어놓았다고나 할까...
굳이 한국영화에서 꼽자면 범죄의 재구성 정도일 것인데
사실 그보다 더 뛰어나다고 말하고 싶다.
또 중요한 것은 그 반전을 이미 보아서 알고 다시 봐도 영화가 여전히 재미있다는 것이다.
감독의 연출 밀도를 알 수 있는 척도가 아닐지?
- 특히 김래원의 연기가 무척이나 인상이 깊었다.
물론 역량은 충분하지만 너무나 설정된 이미지가 강해서
사실 그다지 좋아하는 배우는 아니었는데
오히려 그러한 점을 이용해서 영화를 살리는 역할을 한 것 같다.
김래원을 위한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모습이었다.
만일 그의 이런 이미지마저 감독이 의도하고 연출한 것이라면... 가히 천재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
유약한 듯 매력 있으면서도 내면에 숨겨진 그 무언가를 보는...
- 한국적인 것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즐거움
영화를 보고 나서 도대체 각본과 감독이 누군지 무척이나 궁금해서 애써 찾아봤다.
이번 영화가 처음이시더만. 각본도 직접 쓰시고.
중요한 것은... 각본을 쓰면서 이를 현장감 있게 하려고 무진장 노력을 하셨던 것 같다.
주 배경이 될 인사동에도 무척이나 노력을 기울이신 것 같고.
쉬리와 같이 현실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에 상상을 덧붙여 관객을 흥분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
- 조연들의 눈부신 활약도 이 영화의 백미라 아니할 수 없다.
임하룡씨의 내공이야 이제 누구도 부인할 수 없게 되었고
수많은 조연들 가운데서도 위작공장 호진사의 사장역, 문화재전담반 남자 형사역 등
(죄송스럽게도 내가 이름은 잘 모르지만) 이 영화를 살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이라 아니할 수 없다.
더불어 최송연 아나운서의 성공적인 데뷔도 괜찮은 것 같다.
물론 수석 큐레이터 역의 어색한 시선과 대사처리처럼 거슬리는 조연도 있긴 하다.
# 제목이 무척 중요한 것은 말할 것도 없겠다.
물론 입소문으로 퍼져 잘 되었으리라 생각하긴 하지만...
'인사동 스캔들'은 조금은 어색한 부분도 없지 않다고 본다.
'벽안도'? 뭐 너무 적나라한 제목인가... 다른 좋은 생각이 나지는 않지만...^^
#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는 팜므파탈을 연기할 여배우가 그렇게 없단 말인가...
엄정화의 연기를 폄하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은 어색하고 부족한 분위기...
너무나 아쉬운 부분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이영애가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하지만,
그렇게 되면 김래원과 겹치거나 충돌하는 이미지가 많아 감독이 무척 어려우셨을듯.
# 근본적인 의문 하나. 원접과 배접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그림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시간과는 관련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이건 어떻게 된 센스인지? 의문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이 경우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유사한 그림을 이용했다던가... 또는... 미리 만들어 놓았다면?
아무튼 무척 기쁜 영화가 아닐 수 없다.
한국에 있다면 영화관에 기쁜 마음으로 달려가서 볼 것이다.
한번 봐야겠다
ReplyDelete음... 흥행은 잘 안되었다고 하는군.
ReplyDelete왜일까? 내가 제시한 이유중의 하나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