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1-10

애국가를 바꾸어야 한다? 이런...

최근 발간된 친일인명사전에 대한 이러쿵저러쿵 많은 말들이 있다.
나 역시 친일행위를 한 사람들을 그다지 좋은 눈으로 보지는 않는다.
단, 과연 청산이라는 명목하에 이루어지고 있는 작금의 현실이 옳은가에 대한 의문은 있다.

우리의 뿌리가 어디인가, 지금 어디에 서 있고 앞으로 어디로 갈 것인가 라는 문제는
정말로 중요한 문제이고 언제든 해결되어야 할 문제다.
하지만 그것이 과거든, 현재든, 미래든 간에 현실의 문제에 연관된 것만은 확실하다.
우리가 단죄하는 그 범주에 우리 스스로가 걸려드는 것이 보편화된 현실에서
과연 이것은 그냥 나의 주장일 뿐이다,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다 라는 생각으로 포장이 가능할까?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 이 말은 흉악범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일제 36년간의 생활을 해 보지 못한 나로서는 감히 그 시절을 상상할 수도 없거니와
자극적인 언론과 인터넷 매체가 포장한 사실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역사의 조각들로는
옳고 그름을 떠나서 과연 이것이 존재하는 일인가를 판단하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내가 배운 바로는 과거에는 역사책이라는 것이 존재했다고 하는데...
현재의 친일인명사전 편찬자들은 자신이 역사를 기록한다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그렇게도 위대한 역사가들은 세상을 바꿀 힘이 있었지만
항상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결국은 한 인간으로 여생을 마치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되었다.
그 누구도 이 사실에 반론하지 못하고,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억울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던 그 강점의 시기에 각자의 방법으로 살아남았고,
그 후손이 바로 우리들이다. 우리가 부끄러워해야 할 그 시절의 일들을 스스로 들춰낸 만큼
역사가 우리에게 제시하는 사실을 바로 인식하고 앞으로를 위해 투자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말하자면 상 받을 사람은 상을 받고 벌 받을 사람은 벌을 받는 것이 당연한 이치지만
이 또한 천륜을 거스릴 수는 없다는 것이다.

홍난파 선생을 난 잘 모른다. 하지만 애국가가 울려퍼지는 지난 나의 삶 속에서
나는 이곳 일본 사람들과는 사뭇 다른 민족정기니, 애국심이니, 감동이니 하는 걸 느껴 왔다.
누가 강요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그냥 그렇게 살아 왔다. 그런데...
오늘 모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주 어중간하게 비판하면서 애국가 곡조를 바꾸어야 한단다.

댓글도 걸작이다. 네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도 바꾸어라...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 개인의 의견이긴 하지만 국민적 공감대가 있다면 시대는 바뀐다.
하지만 현재 모국의 혼란은 자못 걱정스럽다. 현재를 사는 사람이 현재를 부인한다면
그 사람에게 과거나 미래 따위가 존재할 수 있을까...
중앙청 철거에 대해 반대의견을 가졌던 한 사람으로서, 일제의 잔재는 없어져야만 하지만
개념의 확장이라는 생각 속에서는 중용의 선을 가지고 기억하고자 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이 우리의 것인지 안다면, 과연 안다면 그것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도 가질 필요가 있다.
나치 전범들을 현재까지도 쫒아서 단죄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그냥 그렇게
놔두는 이유는 뭘까... 잘못된 기억만큼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는 건 없기 때문일 거다.

모든 것이 알려지고, 그것이 사실로 여겨지는 이 세상에서 혼란을 느낀다면
그것은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지 과거에도, 또 미래에도 반복될 일이라는 것을...
민족정기를 볼모로 정권을 잡고 유지하고자 하는 노력도 가당치 않은 일이지만
나 자신이 바로 그것이라고 외치기 전에 생각을 좀 해 봐야 될 거다.
내 가치는 내가 만드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만들고, 그건 내 노력으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참된 가치는 숨겨져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결론이 뭐냐고? 애국가는 바뀔 수도, 바뀌지 않을 수도 있다.
과거 외국곡 (교회음악으로 기억한다)에 붙여 불렀던 것을 곡조를 바꾸었듯이.
프랑스 국가가 그 유명한 피의 역사 속에서 진군가로 불리어졌다는 것을 기억해 보자.
웃기는 것은, 자신의 잣대로 애국이니 정통이니 강요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그것이 애국이고 정통이면 세상이 변하고 사람이 변해도 굳건한 강산처럼 버티어 나갈 것이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