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를 막상 하고 나니 인터넷이 난리다. 자주국방이 어쩌구, 현 정부에 군대 갔다온 사람이 어쩌구,
지 경험이 어쩌구... 내가 보기에도 이건 월드컵 난리 이상으로 한국을 갈라놓는 일들이 아닌가 싶다.
한편으로는 나의 서글픈 개인사가 마음을 찌른다. 군에 자원했던 사람 가운데 청운의 꿈이 없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군사정권 시대의 멋모르던 유산이라고 치부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평생 직장으로
생각하고 군에 몸담았던 젊은 시절이 결코 잊지 못할 추억과 인생의 유산으로 남았다는 것에는
내 자신이 부정할 수 없는 모종의 진실과 같은 일들이 존재한다. 비록 좋지 않은 계기로 처벌을 받고
그로 인해 진급에 희망을 둘 수 없어 제대를 하긴 했지만, 군에 몸담았던 그 누구도 진급 시절이 되면
자신과 아무 상관 없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현역 동기들의 이름이 들어가 있지 않을까 하고 뒤져보는
얼빠진 일들을 반복하는 것임에야... 아마도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 이상으로 공감을 받으리라 본다.
우리나라가 자주국방을 외친 지가 벌써 몇년인가, 자괴감에 빠질 법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영화나 보고 땅개로 구른 무식자들이 알지 못하는, 어쩌면 나 자신도 알지 못하는 방대하고
깊은 수준의 방위력 문제를 생각해 본다면, 일개 블로거나 관심자들이 가지는 이런 쓸데없다시피한
언급들에 흔들리는 것 역시 문제라고 본다. 어느 극단이나 좋지 않은 것임에, 현재는 초강대국인 미국
조차도 특정 지역에서는 자신들의 안위를 걱정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하물며 우리나라임에랴...
내 생각이 약하다 지적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만큼은 정말 현실적으로 봐야 할 것 같다.
우리가 가진 것이 많지 않다는 것, 따라서 운영할 수 있는 자산도 많지 않다는 것은 상식에 가깝다.
그럼 자주국방을 논하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왜 살아가는지, 그들이 생각하는 자주국방이란 무엇인지.
내게 자주국방의 의미란, 이 유약하기 짝이 없고 정치적으로 문란하고 사회적으로 혼란하고
고작 월드컵이라는 말도 안되는 이슈에 온 국민이 달려들어 흥분하고 있지만,
정작 죽어가고 있는 사람들과 볼모로 잡혔다는 말이 옳을 개성공단, 그리고 개탄스러운 죽음을 맞이한
잊혀져가는 장병들의 나라에 전쟁이 일어난다면, 전체 전시체계의 작은 톱니바퀴일 지언정,
그러다가 이름 모르게 잊혀져갈 지언정 내 가진 것을 바치기 위해 기꺼이 귀국해서 총을 들 나의 모습이다.
물론 가진 기능을 살려 항공으로 참전하게 된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겠다만...
(이런 이유로 말도 안되는 스토리지만 Independence Day라는 영화를 좋아한다.)
물론 비판도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군 체계도 체질도 바뀌어야 함을 누구보다도 느꼈고 그 때문에
지금 여기서 공부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먼저 바뀌어야 하고
가진 모든 걸 내어놓아도 아깝지 않는 그것이 필요한 것인데... 그걸 앞서서 없앤 자들이 이런 소릴 하니...
명예, 과연 그것은 아무 것도 아닌 걸까? 그저 국립묘지 비석에 걸어둘 정도, 연금 수급의 원인 정도?
이런 자들이 있는 한, 우리나라의 자주국방 따위는 없을 거다.
최선을 다하고 싶다. 길은 몰라도... 신은 길을 알까? 아마 그러면 우리나라를 이따위로 두진 않았을 듯.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