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네가 뭔데 평가를 하느냐" 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세상 살면서 필요한 것과 아닌 것을 나누기 좋아하는 사람들일 진대, 그렇다면 필요하다 느끼기까지의 과정을 무시할 수 없는 것 아니겠는가... 이 프로그램도 그렇다고 생각하기에 이렇게 쓰는 것 아닐까.
오락 프로그램이라는 말이 언제부터 생겼는지 모르겠다. 코미디나 개그라면 모르겠지만, 소위 "버라이어티"라 불리우는 죽도 밥도 아닌 것들에서 뭔가를 찾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이 갈증을 풀어주는 프로그램이 여럿 생기면서 소위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것이 생긴 게 아닌가 싶다. 말하자면 태생적으로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 따라서 무엇인가 거대한 것을 원췌 바라면 안된다는 것이 그 근간이 아니겠는가 싶다. 이렇기에 무얼 해도 괜찮은 게 장점이 되기는 하지만.
나 역시 리얼 버라이어티를 좋아한다. 무한도전은 아마도 한 회도 놓치지 않고 보았을 것 같은데, 부침이 있을 지언정 체널을 돌리지는 않는다. 왜냐 하면 그 중에 진실이 있고 인생이 있고. 때로는 내가 느끼고자 했던 것, 느낄 수 없었던 것들을 호흡하면서 대리만족을 주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특히나 여타한 특집보다 좋아했던 무한도전 초기의 거꾸로 말해요 등 고정 포멧과 함께 최근 레슬링 특집이나 조정 특집 등은 참 눈여겨 볼 만한 것들이 아닌가 싶다.
이렇게 다양한 생각을 포괄할 수 있는 것이 진정한 리얼 버라이어티라 한다면, "나는 가수다" 같은 프로그램은 그 제목부터 관점을 달리 한다고 볼 수 있다. 기존의 것들이 오락성에 비중을 두고 진실성을 가미하는 것이라 한다면, 이는 그 반대로 진실성을 기준으로 오락성을 적절히 가미한 게 아닌가 싶다. 제목부터 가수가 아니면 나오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어 놓았으니 어찌 아니겠는가. 여타 오디션 프로그램과는 시작부터 차이가 벌어진 것들이 아니겠나 싶다.
그러면 왜 그 "가수"라는 전문성에 의문을 가지게 하는지, 누가 경연을 해서 일등을 하고 꼴등을 하는지 관계가 없다. 이 부분은 그저 오락성에 기대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존에 "가수"라고 하는 전문분야에서 시작한 것이기 때문이고, 내가 알고 있는 가수의 분야만 해도 수도 없이 많아서 그 경중고저를 따지고자 한다면 웃기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주변에 음악 좀 안다는 사람 꽤 있지만, 내가 알고 좋아하는 음악들을 좋아하는 사람은 정말 손에 꼽을 정도다. 그렇게 인정하거나 인정받기가 어려운 다양함이 존재하는 것이 바로 음악이라는 분야 아니겠는가.
하물며 그 꽃과 같은 노래하는 사람임에랴. 처음부터 그들에게 순위를 매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따라서 현대의 현상에 따라 그 부분을 오락적으로 처리하고자 하는 기획자의 의도가 엿보이는 프로가 바로 이것이 아니었나 싶다. 단, 이런 판단이 맞는지는 기획자의 책임이고, 지금 그 부분이 비판을 받는 것이므로 난 그 이야기는 생략하고 싶다.
하지만 모 가수가 이야기한 것처럼 가슴을 울리는 감동이 없다면 아무리 기교적으로 뛰어나다 하더라도 좋은 가수라 하기 어렵고, 반대로 현재 최고의 흥행을 보이는 가수가 이 프로그램에 참석하지 못하는 이유는 "노래"를 못하기 때문이라는 말도 재미 없는 이야기다. 그럼 제목을 바꿔야지. "내 노래를 평가해줘"라고 해야 하나? 어중이떠중이 다 돌아봐야 하는 공중파 프로듀서들의 고충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내가 이 가수를 왜 좋아하는지, 그렇게 개인의 의견이 모여 다수의 의견을 만드는데, 이것이 때론 얼마나 우스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 작금의 이 프로그램이 겪는 어려움이다. 웃기는 비유지만 무한도전 미남특집에서 왜 유재석이 2위를 차지했는지 생각해 본다면 좀 이해가 쉬울까? 아니면 내가 좋아하는 Yngwie Malmsteen을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말이 없다는 것이 비유가 될까...
각자의 개성과 취향을 존중해야 하고, 그것을 보여줄 때는 무언가 장치가 필요하다. 사실을 사실이라 믿지 못하고, 각본을 그저 웃으며 받아들이지 못하는 지금의 현실이 이런 일들을 만든 것 같아서, 그리고 그렇게 만들도록 유도하고 그 효과를 누린 사람들이 이제 와서 부메랑처럼 피해를 입는 것 같아서... 참 안타깝지만, 이 프로그램은 성격을 좀 바꿔야 할 듯 하다. "최고의 가수"를 뽑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묻혀 있던 시대들을 조명하는 사실적인 프로그램으로 가던가, 아니면 그저 웃기기 위해서 가수들을 망가뜨리는. 지금도 넘쳐나는 것들의 또 하나의 전철을 밟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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