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2-20

이젠 뭘 즐겨야 하나...

참고 페이지 : http://media.daum.net/foreign/newsview?newsid=20120220094215000

아무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사실 유전자 조작 콩이 늘상 식탁에 올라온다는 것은 찜찜한 일이다. 바다속 생물을 먹는 참치가 수은 축적이 많이 되었을 거라는 생각에 먹지 않는다는 친구의 말은 벌써 오래전 일이 되었고, 바나나를 많이 생산하기 위해 꺾꽂이만 가능한 종이, 즉 씨가 없는 종이 세계화된 것이 내가 생각하는 한계점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스스로 생각하기를 "그래도 땅을 딛고, 바다를 집삼아, 자연에서 길러진 것들이 다소 위로가 된다"고 했었는데...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연에서의 성장이 아닌 시험관에서, 생명이 없이 성장하는 고기가 있다는 것이. 윤리적 문제를 논할 단계는 아닌 것 같지만, 내가 먹는 햄버거와 구이에 들어가는 고기가 원래 생명이란 게 없었던 것이라면 어떤 기분일지, 생각나지 않는다.

기술적 완벽성이나 병해충에서의 해방과 같은 말을 꺼내지 않더라도, 먹여 기른 짐승의 고기와 아무리 같다고 하더라도, 알려지지 않은 위험성에 대한 두려움은 제처두고라도 참으로 말하기 어려운 두려움이 나타나는 것을 막을 길이 없다. 앞으로는 인공으로 만들어진 것인지, 길러서 도축한 것인지 확인하고 고기를 먹어야 한다는 이 웃기는 상상은 곧 현실이 될 것만 같다. 생물과 무생물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이 상황에서 난 뭘 즐겨야 하는 것일까.

지금껏 똥을 먹여 길러진 돼지이든, 닭장에서 움직이지 못하며 길러진 닭이든, 열심히 부풀린 거위 간이든 (사실 푸아그라를 먹은 적은 없지만) 그다지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서 먹고 살아왔는데, 이것만은 참, 낭만이랄까 풍미랄까 하는 것이 도를 넘었다는 생각이 들어간다. Matrix의 한 장면이 떠오르기도 하고, 이게 뭘 의미하는 걸까 싶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내가 지금 느끼는 것들을 이제 다시 찾지 못할 시기가 오겠구나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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