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매운 맛의 강도를 조절할 수 있고 (물론 양념 더 넣는다고 돈도 더 받는다^^;;) 먹고 나면 속은 편하기 때문에 때때로 먹는 경우가 있다. 물론 서양인들에게 카레는 매력이 있는 음식이라 서양인 친구들과도 즐겨 가는 편인데, 늘 가면 뭘 먹을까 고민 안하고 제일 저렴한 걸로 시키되 가장 매운 것을 시킨다. 그래봤자 우리나라 매운 것에는 축에도 못 끼니 그저 맛있는 정도다.
하지만 조금 양상이 다른 (사실은 다르다고 알고 있는) 카레도 있으니 홋카이도 지방에서 먹는 스프카레다. 말이 카레지 카레국, 또는 카레찌개라고 하는 편이 어울린다는 생각이지만, 어느 유명 맛집 블로그에 의하면 그나마 한국의 얼큰한 국물이 그리울 때 위로가 될 법 하다는 말을 듣고 기회가 언제쯤 올까 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학교 앞에는 카레 전문점이 두군데 있는데, 그중 하나인 스파이시(スパイシー)라는 곳이다. 평소 즐기질 않으니 그다지 눈여겨 본 경우도 없었는데 오늘 불현듯 앞에 있던 광고를 보았다. 문 오른쪽에 뒤집혀 보이는 깃발 광고, 바로 스프카레를 출시했다는 거였다!
자세한 것을 보니 치킨스프카레 (780엔, 밥 큰거면 830엔)와 야채스프카레 (680엔, 밥 큰거면 730엔)가 계절 메뉴로 출시되었다고 한다. 별로 싼 가격은 아니지만 홋카이도까지 가야 먹을 스프카레를 먹어볼 수 있다는 생각에 한번 시도해 보기로 했다.
학교앞 점포 치고는 꽤 넓은 편인데, 들어가니 손님은 나 혼자 뿐이라 좀 난감했다. 그냥 카운터석에 앉아서 주문을 하기로 했는데, 앞에 보면 단무지통과 매운 맛을 보강해주는 라유통 (왼쪽위 빨간 포장 모듬)이 보인다.
원래 내가 아는 스프카레는 양고기를 넣어서 만든다고 하던데, 여기는 치킨 아니면 야채 둘중 하나다. 별 생각 없이 치킨스프카레를 시키니 바로 조리에 들어가는데, 다른 것들은 미리 준비를 해 놓고 넣기만 하고 치킨은 튀김옷을 입혀 튀겨낸다. 오른쪽 중간에 있는 타이머로 시간을 재서 튀겨내는데, 오픈된 주방이니만큼 깔끔함은 기본인 듯 했다.
오로지 스프카레가 목적인지라 다른 카레 메뉴는 보지도 않았지만, 바로 앞에 죽 써 있다. 역시나 500엔대 초반부터 시작하는데, 부재료로 무엇을 넣느냐에 따라 추가가격이 있고 매운 맛은 아주 매운맛 - 중간 매운맛 - 단맛으로 고를 수 있다. 아쉽게도 스프카레는 매운맛 옵션이 없다.
계절 별미로 나오는 굴튀김 카레 / 새우튀김 카레 / 겨울야채 카레. 보다시피 말한 재료 외의 카레에는 건더기 조각도 보이질 않는다^^ 어쩐지 지난번에 먹었던 갑바스시의 굴튀김이 생각난다.
드디어 나왔다. 뭐 만들어놓은 국물을 재료 위에 끼얹은 것 뿐이지만, 첫술을 떠 보니 꽤 괜찮았다. 단 매운 맛은 기대할 수 없는 거 같았다. 아무렴, 그렇지 않으면 홋카이도에 있는 원조집들이 장사가 되겠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열심히 퍼먹었다. 숟가락을 주는 것도 그렇고, 여기 국물요리들이 매운 게 거의 없는 현실에서 과연 스프카레는 위로가 될 만한 요리였다. 심지어는 김치찌개도 정작 김치로 만들지 않고 조미료로 범벅해 만들어 두통을 유발하는 이 나라에서 이만한 국물요리는 찾기 어려울 것 같았다.
원래의 맛으로 중간까지 먹다가 위에 있는 라유를 부어 매운 맛을 추구해 보았다. 약간은 알싸한 매운 맛이지만 그럴듯한 맛을 내는 스프카레가 꽤 괜찮았다. 하지만 문제는 가격... 780엔을 주고 스프카레를 먹으려면 한국이 꽤나 그리워야 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