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3-30

삼가 명복을 빌 것인가, 아니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 말 한마디로 모든 것이 끝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물론 이 말 속에는 조의와 위로, 미안함 등등 복합적인 감정이 섞여있는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값는다"는 속담 속의 그 '말'인지는 좀 더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다 죽여놓고 미안해 한다는 ('말'이 아닌) 소리도 있다. 내가 느끼는 만큼 상대가 느낀다고 생각하면
그건 대화를 전제로 하는 '말'이 되고, 그렇지 못하면 일방적인 '소리', 소음에 가까운 것이 된다는 거다.
내 삶이 소중하듯 남의 삶도 소중하고, 그것에 도의적 책임을 느끼는 사람은 있을지 몰라도
진정한 책임은 각자에게 있는 것이 아닐지... 운명을 믿는 것은 아니다.

사실과 단절되어 오로지 미디어를 통해서만 세상과 소통이 가능했던 과거와는 달리,
우리는 현실이라는 거대하고 파악하기 어려운 사실 앞에서 매일을 보내며 때론 방황한다.
이게 과연 옳은 것인지 판단하기도 전에 그런 '소리'들이 '말'이 되고 '진실'이 된다.
삼가 조의를 표할 때쯤이면 벌써 죽음에 가까와진 상태임에는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럼에도 누구도 그렇게 만든 사람은 없는... 참으로 우스운 상태가 아닐 수 없는 거다.
우리 스스로 만든 사실 앞에 어떤 '진리'를 꺼내놓아도 그 popularity를 이기기 어려운 이 현실이
참으로 답답하게 느껴진다.

자살한 모 연예인보다 바다 어딘가에 갖혀 숨쉬지 못해 죽어가고 있을,
그리고 그 긴박한 상황에서도 나라를 위해 일해왔고 숨져간다는 것을 잊지 않았을 과거의 전우들에게
간절한 마음으로 살아나오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이후가 되어야만 '삼가' 머리숙여 조의를 표현할 용기가 생길 것 같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