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7-19

영화 아닌 만화 "이끼"를 보고는

아마도 일본에 개봉하리라 여기기에는 아직 너무 먼 터라, 그리고 원작은 볼 수 있고 궁금했던 터라
다음에서 찾아서 열심히 봤다.
사실 조금 시간을 가지고 즐기고 싶었는데, 작가 특유의 어두운 작화와 치밀한 스토리 전개에 반하여
그냥 한번에 쭉 들이키듯 정주행을 하고 났더니, 왜 이 만화가 영화로 만들어질 수 있었는지,
그리고 박해일이 얼마나 주인공에 잘 어울리는지 알게 되었다.
나 역시도 보자마자 주인공으로 박해일을 떠올렸으니까... 이장역은 누구 말대로 더 어울리는 사람이 있는 것 같고.
이게 연재되는 걸 진작 알았다면 아우성과도 같은 댓글들을 단 열성 독자의 한 사람이 되었을 듯.

빨려들어가는 듯한 이야기의 전개에 눈을 떼기가 어려웠는데, 한편으로는 나의 이야기와도 같아서 더욱
그렇게 매력이 있는 것 같았다. 내가 그렇게 잔인하다는 건 아니고^^ "갱생"이라는 그 한마디가 참 많이도
와 닿는 것 같았다. 이 만화는 권선징악을 보여주지 않는데, 그 점이 더욱 매력적인 것 같았다.
아마도 다른 어떤 사람들도 이 만화를 보면서 나와 같이 교묘한 쾌감과 위로를 받지 않았을지...
각자 이유는 좀 다를 것 같다. 내가 저렇게 악하지 않아서, 혹은 내가 생각할 수 없는 현실에 부딛힌
주인공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울분을 토하기도 하고 가슴을 두근거리기도 하고, 궁금해 미칠 것 같기도
하고, 결국은 그렇고 그렇게 끝까지 보면서 말이다.

살아가는 동안 무언가 열심히 한다는 것은 참 중요한 일이다. 적당히 살아도 될 것 같지만 난 아닌 듯.
그렇게 살아가면서 이렇게 돌아보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기도 하다.
그게 내가 얻을 거라고 상상하지 못했던 거라면 더욱 가치가 있는 건데, 이건 만화책을 잡고 느끼기엔
참 사치스러운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만화를 봤다. 이게 얼마만인가 싶다...

한편으론 슬프면서, 한편으로는 나도 한조각 인간이구나, 그리고는 결국 그 잔인한 세월들을 지나
그곳 곳곳에 묻히고 쓰러지고 남은 사람들을 이해하게 되는 날 봤다... 참 감동적이지 않은가... 싶다^^
그리고 우습게도, 이곳 일본의 숲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끼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었는데, 이 만화에서
쓰인 모티브와는 무지하게 동떨어진 것이지만 그 특유의 축축함과 음산함이 약해지고 그냥 어디나 있는
이곳의 이끼를 처음 봤을때의 그 의외감과 놀라움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뭐하는 짓인가...^^

4 comments:

  1. ㅋ 저도 한 번 구해서 봐야할 듯 싶네요. 어떤 이야긴지 궁금해 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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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몇일전에 영화로 봤는데~ 난 만화를 안봐서인지 뭐 나름 재밌었지만ㅋㅋ
    만화를 본 사람들은 영화에 실망을 많이 하더라고~
    너무 기대하지 말고 보세요 ㅋㅋ

    만화로 다시 보니까, 사람들 말대로 이장 역에는
    최주봉이 정말 잘 어울리는듯 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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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oldman님 : 모든 분들이 영화를 먼저 보고 만화를 나중에 보라고 하네요. 영화 구하실 수 있으면 먼저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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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최주봉씨나 변희봉씨 등 후보는 많지.
    영화를 보게나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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