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0-28

김미화 vs. 정선희, 여론이 만든 권력의 시작과 끝

마지막 순간까지 투쟁이라... 어디서 많이 들어봤던 이야기다. 억울함을 풀 길이 없다... 정말 억울한
사람은 그런 이야기를 입에 담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래서 억울함이 풀릴 것이라는 보장이 없기에.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왜 저 두 사람을 골랐느냐고? 개인적인 입장에서 대비가 되는 부분이 있어서다.
일단 두 사람 다 인기를 끌었던 개그우먼이고, 또 고초를 겪었거나 겪었던 사람들이다.
물론 개인적인 것이냐, 또는 조직에 대응하는 것이냐 하는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적어도 방송활동
이라는 것으로 먹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로서 치명적인 타격을 겪은 사람들임에는 틀림없다.

그것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 참으로 대비된다 하겠다. 그러나 두 사람 다 아직은 참담하다고 할까.
김미화는 끝없는 수렁에 빠져들고 있는 모양새이고, 정선희는 조금씩 밧줄을 잡고 나오는 모양새이다.
답답함의 끝에 해결이 있으면 참 좋겠거니와, 그런 것이 아니니 깨닫고 나면 다 망가진 연후일 듯.

일단 정선희는 지극히 개인적인 일들이 공론화되면서 자질 논란에 휩싸인 경우이다.
자신이 잘못했든, 주변이 이상하든 개인의 일들이 다 알려진 마당에 그것을 해명하는 것이 쉬울까.
나 자신에게도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그냥 아무런 이야기도 안하겠다는 것이 옳다고 본다.
결국 그렇게 했고, 주변이 나서서 오버하는 바람에 차차 정리가 되어 이제 조금 편안한 국면으로
바뀌고 있다. 다행이라 할까, 아니면 그 진창으로 다시 돌아가게 되어 안되었다고나 할까...
배운 것이 도둑질이라고, 방송을 떠나면 생활이 안 될테니 피를 토하면서도 해야 할 것들이다.
어차피 그런 선택이라면 잘 한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저 앞으로도 대인기를 끌기보다는 그저
힘든 인생 먹고 사는 것에 만족하면서 살아가는 정도로 방송이나 잘 했으면 하는 심정이다.

김미화는 좀 다르다. 나도 개인적으로 그녀의 코미디 스타일을 좋아했고, 어린 시절 쓰리랑 부부
보는 재미에 텔레비젼을 보았던, 정말 국민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코미디우먼이 아닌가.
그 이후에도 개그콘서트 원년 맴버로서 정말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던 그녀였다.
어느 순간인가, 그녀는 개인에 대한 투사의 이미지로 변화되어 있었다. 자신을 끌어나가던 그 이미지가
어느 순간엔가 변화되어 있었다. 아마 그녀 자신도 그렇게 의도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네 인생이 그렇게 의도되는 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고 나 자신도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저 상황이 그렇게 되었고, 생각하는 대로 말하고 행동하다 보니 어느 순간엔가 지지하는 층이
달라지고, 그에 따라 말도 행동도 달라져간다는 것이 옳은 표현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제 그 열매를 맛보고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기꺼이 받아들였던 마이너로서의 삶,
그것이 주는 의미를 되새기면서 살아가야 하는 시점에 와 있는 게 아닐까?

근데, 여기서 좀 다르다. 정선희는 일종의 타협으로 그 문제를 해결해나간 반면, 김미화는 반대로
충돌로 해결해 나가고자 하는 태도를 보였다. 나쁘게 말하면 괴씸죄라 하겠지만, 내 의견으로는
김미화는 지금까지 지녀왔던 태도를 견지하지 못했다. 타협의 이미지가 없었던 지난 몇년간의
상황을 유지하지 못하고 무언가 얻어보려 노력했고, 그 결과 충돌을 낳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내가 저 두 사람이 잘 안되라고 제사지내는 사람도 아니고, 다들 잘 먹고 잘 살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잘 먹고 잘 사는 일에 대해 정선희는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반면, 김미화는 아니라는 거다.
그리고 자신이 선택한 길에 대해 이제 와서 반목하고 항의하고 있는 거다... 이게 진정 코미디다.
결국 자신이 선택한 길을 부정하는 것밖에는 되지 않는데, 김제동의 예와 대비하여 보면 좀 쉽지 싶다.

내가 이 일을 해결해 줄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상황에 비춰 내 생활을 조정해보는 것은 가능하다.
자신을 어떠한 이미지로 포장하는가, 그리고 그 속에 무엇을 담는가 하는 것은 온전히 자신의 일이다.
그 누구도 대신해줄 수는 없다. 하물며 남의 미니홈피까지 뒤지는 이 세상의 잡스런 언론임에랴.
그것이 저널리즘이자 보도윤리라 한다면 할 말이 없으되, 이름 보기도 싫은 여론조작 기관들이
설치는 이 세상에서 포장된 이미지를 허울이라 생각하고 벗어버리는 것은 그 결과를 책임지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스티브 잡스처럼 그냥 지금 놔도 별 일 없는 사람처럼 말이다.

다시 그 시절로 돌려놓으라, 그건 누구도 할 수 없고 자신이 해야 한다. 왜냐하면 자신이 그런
일을 만들었으므로... 누구도 원망할 수 없다. 선택의 길에서 잡은 동아줄이 썩었다고 신을 비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저 다음 동아줄을 기다리거나, 하위 레벨에서 위로하며 살아야 할 듯.
누구는 화려한 시절이 없으랴. 더구나 저 화려했던 두 사람의 전성기를 생각해보면 이해는 되지만
두 사람 다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음을 잘 알고, 한 사람은 그저 현상유지에 가까운 일들을 선택한
반면, 한 사람은 스스로를 불태우고자 하고 있다... 잘 하면 전사의 이미지가 되는데, 이게 어설프면
그냥 불타고 말아버릴 것 같아 안타깝다.
서세원 글에도 나와 있지만, 그정도 레벨이 되니까 그정도 주목해 주는 거라 말해주고 싶다.

2 comments:

  1. 마음속의 가을이
    넘 깊거나 넘넘 쓸쓸하지
    않기를 바람...
    가을가고 겨울이 가고나면
    봄은 또 오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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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이미 겨울이니 그런 쓸쓸함은 없지만
    그래도 마음을 알아주니 고맙기만 하구만.
    이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온다는 보장만 있으면 좋으련만,
    세상 그렇지 않다는 것 누구보다 잘 알 것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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