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07

수능과 EBS 연계, 교육 정책의 실패?

예전에 학생으로 공부하던 시절이 생각이 난다. 물론 지금도 공부는 계속하고 있는 셈이지만 그때 학력고사 (지금의 수학능력평가)를 준비하면서 퍼부었던 시간과 노력은 정말 대단한 것이었다. 미국 대통령도 감탄하는 한국의 교육열은 나 스스로도 인정하고 느꼈던 것인 만큼, 그 결과에도 여러가지 의견이 있는 것이 아주 당연한 일이다.

누가 무엇을 바라는가를 생각하기 이전에, 무엇을 하면서 살아야 하는가 하는 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기를 대학을 졸업하지 않으면 현재 상황에서 취업이나 결혼 등 생활속에서 여러가지 제한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대학을 졸업한 사람의 하나로서 이런 점들을 전면 부정할 수 없는 것이, 내가 상황상 대학을 졸업하지 못할 상황을 맞아보지 않아서 그 상대적 박탈감과 이어지는 선택의 순간들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슨 요건으로 대학을 생각하든, 중요한 것은 대학에 들어가고자 하는 것이 목적 자체가 된 것이 문제라는 인식만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대학입학을 위한 시험이 어디에서 출제되는가 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라기보다는 선택의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쉽게 내면 변별력이 적어져 좋은 학생을 뽑지 못한다? 언제부터 학생이 대학의 선발 기준을 논하며 공부를 하고 있었던가... 왜 대학을 가야 하고 그 이상에는 무엇이 있는가 하는 문제에 대하여 한번이라도 생각을 해 본다면, 이러한 일들이 얼마나 웃기는 건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사소한 갈등으로부터 시작되는 집안에서의 문제가 교육문제에서만큼은 무언가로 모아지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고교생에게 대학 이외의 아무 선택도 없다고 강요하는 것도 말이 안되지만, 학생 스스로 대학에 가기 위해 공부를 하고 있는 것 역시 웃기는 일이다.

물론 그 나이때의 나를 생각해 보면 꿈이고 뭐고 없고 그냥 남들 따라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었고, 그 결과로 집안이야 남들이야 어떻든 대학에 가게 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나에게 다른 선택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순간, 그 사람에게는 새로운 인생의 비젼이 보일 수도 있다. 현실의 팍팍함은 이런 꿈들을 허락하지 않지만, 그 꿈을 인식하는 순간 마음이 넓어져 내가 하는 일들에 대한 규모가 생기게 되고, 하나가 안되면 다른 거 하지 하는 안일한 모습이 아니라 인생에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하는 방대한 생각들을 하게 되는 것이다. 어릴 때는 대통령, 좀 자라면 군인, 그리고 인생이 팍팍하다 느낄 때 그저 쉬기를 바라는 우리들의 공통적인 꿈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지 않은가?

먼 길을 돌고 돌아 이제 이곳 일본에서 남들보다 평균 15년 정도 늦게 박사과정을 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하고 싶은 말은, 내가 공부하고 싶을 때 공부할 수 있는 것처럼 행복한 것이 없다는 사실이다. 내게 시간이 없었어서, 조건이 맞지 않아서, 또는 수능이 어려웠어서 내가 이렇게 돌아왔다고 감히 핑게를 대고 싶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그리고 그 줄 세우던 시험결과들이 지금의 나에게 미치는 영향은 그때 밟았던 고등학교 가는 길의 외로움만큼도 현재 영향이 없음을 스스로 고백할 수 밖에 없다. 힘들고 어려울 수록 꿈을 생각하는 삶이 된다면, 설사 대학이든 직장이든 견뎌낼 수 있는 힘을 줄 것으로 생각된다. 안정된 사회의 시스템과 분위기가 이런 상황을 더욱 기쁘게 해 줄 것으로 믿는데, 여기 정부의 역할은 그저 안정적으로 시스템을 세우는 것 뿐이다.

원망이 참 많은 인생이다. 하지만 원리 또는 근본을 추구하는 한, 이런 교육정책의 실패니 하는 말도 안되는 뉴스들은 차차 사라지지 않을까 하고 기대해 본다. 이야말로 사교육을 조장하는 게 아니고 무엇인가... EBS 교재가 원리적 깊이가 있든 없든, 그 깊이를 논하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교과서만으로도 충분할 것을... 지금 상황을 스스로 돌아보면서 사회를 욕하는 사람은 많아도, 그렇게 전 세계적인 열기로 공부하던 시절 그 누구 못지 않게 치열하게 살았던 사람들의 성과와 자신을 쉽게 비교는 해도, 자신이 그런 노력을 했는지, 혹은 다른 방향을 생각했는지... 조차도 모르는 사람이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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