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2-27

즐거운 일, 즐겁지 않은 일

살다 보면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 수는 없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아마 이미 가질 만큼 가진 사람일 터, 그렇게 가지기 위해 자신이든 부모 등 타인이든 하기 싫은 일들을 했으니 그런 환경이 가능할 것이라 감히 짐작해 본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는 것이 하나의 목표처럼 되어서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법도 하다.

최근의 종교 관련 이야기들은 이런 일들을 웅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있는 이곳 일본에서도, 특히 교토에서는 스님들이 가장 부자라고 우스갯소리를 많이 하는데, 한국의 사정도 남다를 것은 없다고 본다. 학자가 나서서 종교를 싸잡아 비난하고, 이를 해당 종교계 내부에서도 불식시키지 못할 만큼 가진 것이 없어졌으며, 정치 또한 이러한 방향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한 가지가지 상황들이 눈에 보이니 말이다.

사실 세상에 간단한 것이 어찌 그리 있을 수 있을까. 소유 또는 무소유로 구분하는 것 자체가 어패가 있으니 왜냐 하면 이미 세상에 난 것이 소유 그 자체가 아닐까 싶은 생각 때문이다. 갈때 무얼 가지고 가냐고? 가는 것을 생각한다는 것이 이미 이 세상에서 무언가 소유하고 있는 생각 아닐까? 그러니 한평생 비우고자 한 사람들도 그렇게 비우지 못하고 떠나간 것이라 짐작해본다. 이 의문은 내가 떠나갈 그 시간까지 풀지 못할 듯도 하지만.

그럼 세상에 있는 동안 무엇을 해야 하냐고? 열심히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노력하되, 그것이 남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서 살아가야 할 것이라는 지극히 일반적인 이야기 외에는 할 수 있을 만한 이야기가 없다고 본다. 하물며 종교의 일임에랴. 보편적으로 무언가 하기 위해서 살아가는 사람과는 달리 무언가 하지 않기 위해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을 진대, 그 목적을 남에게 강요하는 일만은 없어야 할 것 같다. 단지 내가 그렇게 살아감으로써 남들이 나를 따라하고자 하는 것은 막을 필요까지는 없지만...

자신의 눈에서 보아 도덕이고 바른 길이지, 다른 사람의 눈에는 다르게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물며 절대 선이라 생각할 수 있는 신의 눈에서 보면, 그것이 어떻게 보일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주관적인 관점에서는 아마도 신의 눈이 이렇다고 가정하고선 그것에 끼워 맞추려고 하는 일들이 종교의 관점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무언가 절대적인 기준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따르다 보면 분쟁이 일어나고, 이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절대적인 기준을 구체화하거나 수정하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이거, 사회의 사법체계와 비슷한데... 다른 점이란 종교에서는 주어진 절대적인 기준을 변경하는 일이 아예 없거나 무척 드물다는 것뿐...

세상이 빠르게 변해가는 것을 누구나 느낀다. 이전에 절대적인 선으로 여겨졌던 일들이 갑작스럽게 바뀌기도 하고, 이것에 적응하기 위해 스스로 가진 기준을 바꾸는 사람과 그럼에도 가진 기준이 옳다고 고집하는 사람들이 충돌하면서 세상은 또 그렇게 변해 간다. 가진 것이 워낙 없어서 이렇게 변하는 것을 모두 확인하기는 부족하지만, 그리고 이렇게 믿는 내 기준도 변하겠지만 아무튼 그렇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지금 일어나는 종교상의 분쟁들은 지극히 비종교적인 것이다.

하나 더, 왜 종교는 종교다와야 하는가? 종교다운 것이 무엇인가? 스스로 믿고 있는 것이 옳다고 믿는다면 그냥 그것으로 족하다. 법으로 통제할 수 있는 선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해하기 싫으면 그냥 놓아두는 것은 어떨지 싶은 거다. 골방에 처박히든, 나와서 떠들든... 이거 도덕과 무척 헷갈리는데? 하지만 최근 수쿠크법과 관련된 논쟁은 이 부분을 뛰어넘는 것이다. 경제 논리와 종교 논리가 충돌하는 초유의 상황 앞에서 할 수 있는 것이란 무엇이 더 이익이냐는 것인데, 이게 중국과 수교를 할 것이냐 아니냐의 문제와 무엇이 다른가?

2 comments:

  1. 아들을 제물로 바쳐야하는 그 순간의 그의 마음은 어땠을까..아들이 왕위를 버리고 중생의 구도를 위해 길을 나섰을 때 그의 어머니는 어떤 마음이었을까..어린시절 위인전을 읽을때는 미처 깨닫지못한 의문이 들곤한다. '무엇'다워야 한다는건 얼마나 살아가야 알아지는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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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문제는 그걸 꼭 알아야 하느냐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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