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나 걱정이 없을 수는 없지만, 한국의 취업난이 상당하다는 것은 아마 이제 기정 사실이 된 것 같다. 내가 대학생활하던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인 것 같기도 한 것이 내 동생이 바로 지금 그 상황이니 미루어 짐작할 만 하다. 자취방 값도 오르고, 학원비도 오르고, 심지어 학교 식당 밥값도 오르니 참 견디기 힘들 일이라는 것이 사실이다.
음... 내가 학교를 다니던 시절, 그래도 구내 식당에 그다지 많은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었음에도 가장 싼 900원짜리 백반을 먹던 시절이 생각난다. 식당이 문을 닫은 저녁 시간에는 학교앞 식당들 중에서 가장 저렴했던 라면밥 (라면 하나 끓여주고 공기밥 하나 주는, 반찬은 김치와 단무지)을 거의 대부분 먹었던 시절, 그래도 좀 괜찮게 먹는다 싶으면 닭곰탕이나 순대국이었고 잡채짜장밥이라도 먹는 날이면 무척 운이 좋다고 생각하던 시절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등록금 관계로 집에 손을 벌리는 것을 무척 당연하게 생각했던 철없던 시절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알바도 하고 군장학생으로 학비도 보태던 꽤 괜찮았던 시절이기도 했다.
이제는 추억이 되어버린 일이지만, 이를 피부로 느끼는 사람들의 비애는 감히 짐작하기 어려울 것 같다. 이제 졸업을 하고 나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아직 공부를 하고 있는 상대적으로 나이 많은 나의 심정도 다를 바는 없지만, 그나마 대학시절에는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았던 내 상황과 비교해 본다면 참 어려울 것으로 생각이 된다. 남들 다 취업할 때 난 군대에 취업했다고 생각하며 회사 문도 두드려보지 않은 사람으로서 어려운 사람들의 마음을 안다고 하면 거짓말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나도 그 일을 겪을 사람으로서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조금 다른 관점으로 접근하고 싶다. 무엇이 2류인가를 생각하고 싶다. 내가 900원짜리 밥을 먹으면서 1300원짜리 조교식당에서 밥먹는 사람들을 부러워해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상대적으로 그리 비싸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그 정도도 먹을 수 없다는 것이 비애가 아니라, 그냥 그 사람은 그걸 먹고 난 이걸 먹는다고 생각하는 정도일 따름이었기 때문이다. 아마 난 태생적으로 1류(?)가 아님을 알고 있었다고나 할까. 내 수준에 맞지 않는 일들은 그냥 생각하지 않았던 것으로 생각하고 싶었던 시절이다. 비교한다면 한이 없지 않겠는가... 아마 그래서 허리가 그 모양이 되면서도 유도부에 몸담았던 것 같다.
스스로 눈을 낮추라고는 하고 싶지 않다. 나도 그러고 싶지는 않으니까. 단, 보다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는 알고서 그 수준에 도달할 욕심만은 버리지 않고 싶다. 내가 지금 2류라고 생각하는 것은 1류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 아니겠는가. 근데 그 1류가 텔레비젼에 나오는 재벌 수준으로 생각하고 있다면, 아마 그것은 1류가 아니라 그 위 특급이 아닐지. 그렇게 돈을 벌고 싶다면 몸이 부서져라 하고 사업을 해 보시던지. 대학에 들어온 이상 무언가 그런 일보다는 다른 목적을 생각해야 하는 게 아닌지 싶다. 그 따위 1류를 바라보는 것은 스스로 2류라는 것을 웅변하는 것밖에 안되는 것이고, 그래서 우울하다면 스스로 병을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살면서 그런 후회를 하지 않을 수는 없겠다만, 내가 왜 이럴까 생각치 말고 이 상황에서 최선은 무엇일지 생각하는 것이 내 생존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 되지 않을지. 줄일 것은 줄이고, 안할 것은 안하면서 할 것에 대한 욕심을, 마치 발톱을 숨긴 사자처럼 기다려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반드시 기회가 온다고 말할 수 없는 현실은 참으로 안타깝지만...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