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8-13

형광등 갈기

일본은 바야흐로 본격적인 お盆이라 하는 휴가철에 접어든다. 나야 그런 것 없고 그냥 열심히 사는 건데, 목요일날 집에 들어가서 불을 켜는데 갑자기 집이 나이트클럽 분위기가 된다. 잘 사용한 형광등이 이제 가신 것이다. 둥근 형태의 형광등 큰것, 작은 것 2개로 이루어져 불빛의 세기를 조절하는데, 40와트짜리 큰게 나가셨다.

처음에는 그냥 작은 것만 켜고 살지 하는 생각을 했는데, 그거 하나만 켜니까 생각보다 무척 어둡다. 하는 수 없이 갈고자 빼놓고 어제 발표 준비를 하느라 여태 놔두었다가 아침에 갖다 버리면서 새로운 것을 사자고 생각하고 가지고 나왔다. 크기가 어중간해서 오토바이 사이드백에 들어가질 않아서 가방에 걸치고 웃기는 자세로 타고 나왔다.

이상하다. 분명히 형광등 버리는 곳을 본 적이 있었는데... 하는 생각을 하면서 동네를 한바퀴 돌았다. 쓰려면 안보인다고, 생각이 나질 않는다. 다른 쓰레기야 봉투에 넣어서 쓰레기차 오는 날 내놓으면 되지만 이건 특정 분리수거라 잘 버려야 한다. 물론 깨서 대충 버리는 방법도 있겠지만 남에게 뿐만 아니라 내 자신에게도 안에 들어있는 화학물질이 좋을 것이 없기 때문에 그냥 잘 버리고 싶었고, 한편으론 기억이 가물가물한 버리는 곳을 찾고 싶은 마음이 많았다.

동네에서 제법 큰 슈퍼마켓에도 가보고 여러가지 물품을 파는 잡화점 큰 데도 갔지만 영 발견할 수가 없다. 생각이 안나서 하는 수 없이 부동산에 가서 물어보기로 했다. 아, 교토전기 (Kyoden)에 가면 되는구나... 내가 지나가면서 본 바로 그곳, 동네에서 조명 및 전기물품만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철물점 일부와 가전매장 일부를 결합한 형태) 가게 앞에 버리는 곳이 있는 것을 깨달았다.

오토바이를 돌려서 그곳으로 갔다. 점원에게 물어보니 해당 매장에서 같은 규격의 새 형광등을 사는 경우에는 무료 폐기, 아닐 경우에는 100엔을 내야 한단다. 약 5초간 생각하고 새것을 사려고 가격을 물어보니 1,323엔...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둡게 할 수는 없겠어서 그냥 사고 나왔다.



끼워보니 잘 맞고, 뭐 일본이 원래 매장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지만 다른 가게에 가서 보니 1,600엔이 넘는다... 잘 한건가, 아무튼 모냥 빠지게 들고 다니는 일은 없어서 좋다.


### 2012. 1. 5 추가

작은 것 하나가 얼마전에 또 나가서 이건 어찌하나 하고 고민중이었다. 저번에 갈아넣은 큰거 하나로도 충분히 밝은데 작은 걸 또 사서 끼워야 하나 하는 것, 그리고 빼낸 것을 어떻게 처리하는가 하는 문제였는데, 저번엔 분명히 100엔 받고 처리해 준다던 교덴에서 그런 일 없단다... 웃기기도 하고 난감하기도 했는데, 부동산 아저씨를 우연히 만나 그냥 타는 쓰레기 봉투에 넣어서 버리면 된다고 하는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네온이나 프레온 배출 안 하려고 어떻게 버리나 2주를 고민했던 나는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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