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2-21

오토바이 정비 (14) - 엔진오일 보충

- 주행거리 : 23,200km
- 정비항목 : 엔진오일 보충 (UIC SJ 10W40, 100ml?)
- 비용 : 100엔 미만? (엔진오일 698엔 / 리터당, 코인 드라이버 598엔, 깔때기 제작용 받침 198엔 / 2개)
-참고 페이지 : http://www.johnan-photo.com/bike/eliminator125/elimi_oilfilter.htm

왜 난 마음먹은 걸 안하면, 또는 마음먹은 대로 안되면 신경이 쓰일까? 생각한지 거의 일주일만에, 본격 작업을 시작한지 3일만에 결국 이 일을 하고 나서야 마음이 놓인다. 자가정비가 어려운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이런저런 신경을 쓰다 보면 귀찮아지고 춥고 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일일 점검만은 빠지지 않고 해야 하는데, 며칠 놔두다보니 엔진오일 점검창에 출발하면서 봤던 오일량이 보이지 않는다.


겨울을 맞아 김이라도 잔뜩 서린 듯이 보이질 않으니, 오일이 있는지 없는지 점검할 길이 없다. 더구나 2000km로 오일 주기를 변경한데다 예전에 장거리 주행 후에 엔진을 해 먹은 경우도 있어서 더욱 조심스러워졌는데, 일본어를 못하기 때문에... 가 아니라 정비소에 가면 공임을 너무 받고, 이번 가와사키 영업소에서는 더욱 많이 받는 듯 하다. 게다가 아무리 뒤져봐도 오일 주기가 2000km라는 말은 없다 보니 믿음도 가지 않고... 이 참에 내가 보충해 보기로 했다.

일단 오일을 골라야 하는데, 이건 저번에 10W50을 넣고서 점도가 높아서 스피드가 나지 않는 듯한 문제에다가, 오일량을 모른다는 머리속 생각에 파워가 좀 안먹는 느낌까지 겹쳐 필히 점도가 한단계 낮은 10W40으로 직접 넣어보리라 마음먹고 있었다. 기계공학과 박사과정 후배에게 물어보니 별다르게 신경쓸 일은 없고 뚜껑 열고 넣으면 된다는데...

그게 아니었다. 일단 오일의 종류를 알아야 했는데, 물론 소모되는 방식의 2행정 오일이 아니라 4행정 오일을 고르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SF, SG, SJ급 등 이런저런 것들이 많아서 알기 어려웠다. 가와사키 홈페이지에서 스펙 시트를 봤더니 위 등급이 다 사용 가능하고 10W40이 표준으로 되어 있어서 이 오일을 고르게 되었다.


이유는 단 하나, 제일 싸기 때문이랄까... 이번엔 완전히 가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양을 보충할 생각이었으므로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단지 10W50을 넣어놓았는데 10W40을 보충하는 것이 괜찮을까 싶어 정비사에게 문의한 정도... 괜찮지만 아주 당연하게도 같은 형식을 넣어주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었다. 그런데 표준으로 되어 있는 10W40을 대리점에서 팔질 않는다... 결국 다른 샵에 가서 사 왔다.

이러면서 알게 된 중요한 사실 하나, 엔진오일을 교환하면서 엔진오일 필터도 교환해야 한다는 것. 주기는 엔진오일 2회 교환시 필터 1회 교환인데, 여태껏 교환한 기억이 없다... 내가 말을 안해서 아직 아니라 생각한 건가, 아무튼 좀 답답하지만 이번에는 그냥 쓰고 (혹시 이것때문에 오일 지시창이 그 모양이 된건가...?) 다음에 완전히 교환할 때 필터도 교환하려고 대리점 간 길에 사 놓았다.



정품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이것도 다른 메이커의 부품을 사용할 수 있다. 이런, 가와사키 정품은 원래 이렇게 비싼가... 900엔 가까이 주고 사 왔다.

아무튼 이제 보충을 할 시간, 엔진오일 캡을 일자 드라이버로 열려고 하는데... 안 열린다. 젠장.


내가 저렇게 만든 거 절대 아니다. 왜 여기다 들 힘을 그렇게 줘 놨는지, 설명에 보면 그냥 동전으로도 열린다는데, 아무리 힘을 줘도 열릴 생각을 하질 않는다. 하는 수 없이 동전 두께 모양의 드라이버를 구입해야만 했다.


100엔샵에 있을까 싶어 뒤졌지만 없어서 결국 600엔 가까이 주고 구입. 이번에만 쓰는 게 아니라는 스스로에 대한 위로를 하면서 가게에서 사자마자 열어보려고 기를 쓰는데 반시계방향으로 좀 힘을 써 주니 드디어 열린다. 이 작은 쾌감이란!

엘리미네이터 125는 센터 스탠드가 없어서 오일량을 봐 가면서 넣어야 하는데 (바이크가 바로 서 있을 때 점검창 중간에 올 정도가 적정량), 젠장 그나마 창도 잘 안 보이니 힘들다. 설명을 참고하여 원예용 물주기 부속을 사는데 이것도 100엔샵에 있으련만 귀찮아서 드라이버 살 때 2개짜리로 샀다. 하나는 오일 넣을 때 쓰고 하나는 집에 있는 누나 선물인 꽃에 물 줄 때 쓰려고...


안 샀으면 무척 힘들 뻔 했다. 오일캡을 열어도 전혀 수준을 알 수가 없고 이게 없으면 매번 오일 넣을 때 고생 좀 하겠다 싶었다. 근데 이게 원래는 뾰족한 끝부분에 구멍이 있는 거였나본데 내가 사 온 것은 옆에 구멍이 2개가 있어서 오일을 부으면 옆에서 조금씩 나온다. 통기구멍으로 쓰려나... 아무튼 다 먹은 콜라 패트병을 이용해서 깔때기를 만들었다.


역시나 그냥 될 리가 없지. 끝부분에 구멍이 없어서 조금 부러뜨려 구멍을 내고 오일을 붓는다. 무지 천천히 들어가는데, 이번에는 점검창이 잘 안보이니 오히려 도움이 된다. 다음엔 앞부분을 좀더 깨야 하나... 아무튼 한 네댓번 부었을까, 부어가며 기울여가며 보니 이제 희뿌연 점검창 너머로 레벨이 보인다. 결국 그다지 부족한 것은 아니었던 듯. 시운전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그냥 스스로 위로하는 수준의 정비였다, 좋은(?) 경험이었다... 웃기네, 아예 이 참에 필터까지 다 갈아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었다. 아무튼 마음놓고 타는 게 중요하니까...

참고사항 : 오일을 갈고 나면 폐오일이 발생하는데, 이거 아무데나 버리면 안되는 게 당연하다. 정비소에 물어보니 가져오면 무료로 처리해 주겠다고 하는데... 내가 잘못 들었나?

2 comments:

  1. 짝짝짝!
    여러 어려움 끝에 드디어 성공하셨군요. ^^
    저같은 경우 큰 유리병에 계속 모아 놨다가 한꺼번에 처리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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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약품을 넣어 굳히는 것도 있다던데, 아무튼 경험이란 중요한 것 같습니다.
    감기는 어떠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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