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1-02

신년여행 (2012년 1월 1일, 첫째날)


지난 연말부터 공부 스트레스에 감기 기운에, 영 컨디션이 엉망이다. 그래서 집에서 좀 쉬려니까 그게 더 공부도 안되고 아프다. 뭐 좋은 수가 없을까... 그냥 생각만 하다가 새해 아침에 늦게 일어났다. 한국에서처럼 그저 동쪽 바다가 보고 싶다는 열망을 가지고, 비록 해돋이는 보지 못했지만 바다라도 볼 생각으로, 그다지 긴 여행이 되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하지만 추위와 강우에는 단단히 대비를 하고 나왔는데... 결론적으로 1박 2일의 여행이 되어버렸다.

집을 나서서 지난번 나고야를 갈때 탔었던 1번 국도를 타고 동쪽으로 동쪽으로 달린다. 중간에 서서 12시 반에 점심을 먹는데, 평소 여행때면 즐겨 가던 가스토에서 왠 김치찌개를 팔길래 배는 안 고프지만 밥 없이 맛을 봤다. (599엔 + 세금, 무제한 음료 199엔 + 세금)

혹시나가 역시나로 바뀌는 순간, 매운 건 거의 없고 달달하다. 단지 다른 곳처럼 조미료 맛은 덜 나고, 이곳에서는 커피 등 음료를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위로가 될 뿐. 식사와 휴식을 마치고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날씨는 화창은 아니지만 즐겁게 달릴 수 있는 정도, 길도 상태가 좋고 약간 헤매기는 했지만 해변 가까운 편의점에서 두번째 휴식을 한다.


내륙에서 남동쪽으로 해변으로 뻗은 306번 국도와 해변에서 약간 서쪽을 남북으로 달리는 23번 국도가 만나는 지점, 여기 편의점에서 따뜻한 레몬주스(140엔)로 몸을 녹이고 이제 뭘 할까 생각을 시작한다. 왔으니 바다는 봐야지, 하고 약간 남쪽으로 내려가 이름 모를 항구에 다다른다.


을씨년스런 항구, 뭐 새해 첫날에 당연한 것이겠지만... 셀카 찍는다고 별 짓을 다했지만 그놈의 건망증 때문에 삼각대를 안가져와서 잘 나올 리가 만무하다. 누나와 동생의 선물인 라이딩 잠바는 정말 추위를 전혀 느낄 수 없었고, 바이크도 잘 버텨주고 있었다.

자, 오후 2시 40분. 이제 어디로 간다... 이때 돌아왔어야 하는데, 몸이 버티니 욕심이 난다. 바닷가에 왔으니 바닷가를 달린다. 목적지도 없이, 마음은 크게 먹고 여기서 바다를 따라 돌아서 이세 - 시라하마 - 와카야마 - 오사카를 거쳐 교토로 돌아가겠다는 말도 안되는 욕심을 가지고 남쪽으로 내려가기 시작한다.

그럼 그렇지, 춥다... 사진을 찍을 생각도 별로 안날 정도로 바닷바람이 매섭다. (물론 둘째날에 비하면 껌이지만) 간신히 이세에 도착해서 맥도날드에서 커피와 버거 (250엔) 를 먹으면서 계획을 재점검한다. 지도를 보니 바닷가에 온천호텔이 있네. 호텔은 비싸서 못 들어가지만 온천은 할 생각으로 나선다. 어, 가다 보니 사람들이 몰려 있다... 부부암이라고 하는 이곳 이세에서 좀 유명한 관광지다. 오토바이를 대려니 오토바이 주차장이 없다... 안내하시는 분의 말을 좀 잘 못들어서 2바퀴를 돌아서 입구 근처에 그냥 댔다.


기실 이게 다다. 그나마 겨울 오후 5시 넘어 해지기 전에 본게 다행이지만, 뭐 별거 아니네. 이세 신궁이 유명하다던데, 그건 볼 시간이 없다. 한 10분 보고 다시 달려 목적했던 온천을 찾...지 못하고 비슷한 곳에 갔는데 온천은 천엔, 숙박은 만 오천엔 달란다. 해는 이미 지고 지금 돌아가는 것은 무리다. 게다가 기름이 만땅이 아닌데 정초라 주유소도 닫은 곳이 많아서 보이는 대로 넣었다. (1,400엔?)  결국 이세 시내에 있는 적절한 숙소를 찾기로 했는데, 토바는 아무래도 모르는 지역인데다가 관광지라 가격이 좀 할 듯 한 느낌 때문이었다. 이세 시내로 나와 한군데 들어가 물어봤더니 역시나 만실, 근데 여기서 친절하게 다른 곳을 안내해 줘서 조금 헤매다가 킨테츠 宇治山田역 앞에 있는 비지니스 호텔 이세에 묵을 수 있었다. (싱글룸 1박 4,500엔, 조식 없음)


혼자 급하니 싼 맛에 자지, 손님 모시기는 절대 안될 호텔. 보이는 공간이 다일 정도로 작은데 그래도 정초에 자리 있는 게 어디냐. 짐들 내려놓고 저녁 먹을 곳을 찾아 나서는데... 이거 관광지라더니 왜 이리 썰렁한 거냐. 사람도 가게도 별로 없...는 것이 당연한 정초의 풍경이다.


결국 역전에서 열은 두집 가운데 돈부리집에서 여기 특선이라는 가라아게동 (튀긴 닭 덮밥)과 이세우동 (말만 그렇고 간장소스로 비벼먹는 더운 우동) 세트 (730엔) 를 시켰다. 맛은 괜찮은데, 일본 식당에서 먹은 우동 중에서 이렇게 퍼져있는 건 처음 본다. 그저 정초에 식사 제대로 한 것에 만족하면서 호텔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이 지역에서 나는 맥주 (320엔!) 와 과자안주 (105엔) 를 사가지고 들어왔다. 일찍 잠들고 내일 동 트기가 무섭게 떠나려는 속셈. 갈 데까지 가보자는 생각으로... 맥주는 그냥 맥주 맛이고, 잠은 잘 오더라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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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여 키로, 오전 11시 출발, 오후 6시반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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