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1-02

신년여행 (2012년 1월 2일, 둘째날)

젠장, 2시에 깨서 잠이 오질 않는다. 이젠 잠자리도 가리는 나이가 되었나, 아니면 저놈의 온풍기 소리 때문인가...


우연히 본 심야 테레비에서 정말 웃기는 드라마 (특명계장 타다노 히토시, 特命係長 只野仁,  아사히TV 홈페이지: http://www.tv-asahi.co.jp/tadanohitoshi1/story/index.html) 를 낄낄대면서 2시간동안 봤다. 완전한 3류 드라마인데 주인공은 낮에는 회사에서 무능력한 계장으로 왕따를 당하지만, 안경만 벗으면 슈퍼맨처럼 회장의 특명을 받아 각종 사건을 해결한다. 웃기는 것은 여자들이 말만 한마디 걸면 다 따라온다는 것. 나중에 찾아보니 웹 감상들도 처음에는 금요일 심야 드라마답게 살짝 야한 걸로 눈길을 끄는데, 나중에는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계속 보게 된다고 한다.

다시 잠들었다 깨보니 젠장 6시 40분. 씻고 얼른 나왔는데 왜 직원(주인?)은 옆방에서 자느라 체크아웃을 안 받는거냐. 나와보니 어, 비가 살짝 왔다. 얼지는 않았는데 속도를 내기 어렵고, 아침이랍시고 바이크가 덜덜덜, 조작이 어렵다. 그래도 나온 보람을 찾고자 어제 봤던 부부암을 지나 해변을 달린다. 어제 저녁 먹은 과자도 아직 남은데다 추위에 아침식사 생각은 없었다.


사진은 추워 떨며 찍어서 개판이지만, 일본의 경치는 한국의 그것과 다른 매력이 있다. 특히 도로도 경관을 생각하면서 만들었던 듯, 여기저기 쳐다보기 좋은 곳이 많다. 이곳 토바 전망대는 정말 다시 한번 와 보고 싶을 정도로 좋았다...

근데 정말 춥다. 컨디션이 다시 떨어지기 시작한다. 어제 온천욕만 했더라도 좀더 버텨볼 텐데, 지금은 살짝 내린 비까지 겹쳐 속도를 내기 어렵다. 이렇게 가다간 앞으로 2박 3일은 더 있어야 계획한 일정이 가능하겠다 싶어 지도를 보면서 온 길과는 다른 길로, 짧은 거리로 돌아가는 길을 계획한다.

조금 안정적으로 섰다는 167번 국도 한 곳에서 커피에 삼각김밥 (100엔 + 105엔) 으로 요기를 하고서 다시 달린다. 중간중간 헷갈리면 도로변에 서서 지도를 확인하면서 와서 길은 비교적 잘 찾았는데 날씨가 최악이다. 비 예보는 없었는데 (하긴 여긴 교토가 아니지)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높은 산길로 둘러싸인 368번 도로로 갈 때에는 눈으로 바뀌었다. 처음엔 실드를 빗방울이 거칠게 때리더니 곧 싸락눈으로, 또 눈으로 변한다. 고도가 그리 높지도 않은 것 같은데 오토바이 알피엠이 낮아지더니 시동이 꺼진다! 헉...

368번 국도 중간 산꼭대기에 있는 온천 앞에서 잠깐 세우고 비옷을 입는다. 마침 열어서 정말 온천에 들어가고 싶었는데... 여기서 늘어지면 오늘 내로 못가는 게 아니라 여기서 발이 묶이겠다 싶어 화장실만 갔다가 다시 달린다. 사람들은 왜 세워놓고선 비옷을 입나... 안 들어오나 구경한다. 다행히 기온은 영상이라 얼어붙지는 않았지만, 이거 속도를 낼 수 없는 젖은 노면에 앞은 안보이고, 길은 4차선 - 2차선 - 1차선 - 리얼 산길로 변한다... 죽겠다. 하지만 포장은 되어 있어서 다행이었다.

하지만 힘이 들어도 이것은 엄연한 여행. 비속에서 바라보는 거대한 무지개는 내 평생 처음 본 광경이었다. 더구나 그 끝이 땅에 닿은 것을 이렇게 사진에 담는 것은 정말 감격스러운 일이었다. 힘들게 산 하나를 넘으니 그 다음 것은 좀 힘들어도 껌이요, 그 다음 것은 뭐 아무 것도 아니다. 고도가 낮아지니 날씨도 풀리고, 비도 그치고... 그러나 시간을 보지 않고 지도를 보는 것 외에는 휴식 없이 계획했던 길로 나아간다. 80번 - 4번 지방도를 지나 교토 남쪽으로 통하는 163번 국도를 만났을 때의 그 짜릿함이란!!

달리고 달려 이제 교토 표지판이 보이는 곳에서 쉰다고 멈췄다. 피로감은 덜한데 방수장갑이 생활방수인가, 물이 들어와 손이 시리다. 하지만 머리 속에 있던 많은 생각들이 지난 이틀동안은 존재하는지 느끼지 못한 것이 성과라고 하면 할 수 있겠다. 단, 겨울에는 장거리 투어를 절대 가면 안되겠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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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여키로, 아침 7시 출발, 오후 3시 도착

4 comments:

  1. ㅋㅋ완전 재미나게 잘봤어! 1탄부터 2탄까지 ㅋㅋ
    잼나게 읽긴했는데 오빠는 고생을 너무많이한듯 ㅠㅠ 얼굴봐 완전 힘들어보여..ㅠㅠ
    일본 다시가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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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고생은 무슨... 추워서 얼른 왔지만 재미있는 여행이었다.
    단지 오토바이가 좀 파워가 더 있었으면 하는...^^ 돈벌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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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응?? 실시간 댓글이다 ㅋㅋ
    재밌긴 했을거같어.. 근데 일본 물가 정말 너무비싼거같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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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이정도로 실시간은...
    비싸서 싸게 먹고 쉬고 하느라 머리털이 좀 하예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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