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어느 곳에 그런 일이 없겠는가마는, 살면서 갑자기 울컥할 때가 있다. 내가 잘 하면 그런 일이 없을 거라고 믿고 살아왔는데 그렇지 못할 때, 정성을 다한 일이 일시에 기울어질 때, 사는 것이 이런 의미인가 하고 느낄 때 말이다. 가족력도 있고 해서 심장에 무리를 주는 일은 가급적 피하고 싶지만 인생이 어찌 그렇게 순탄한가, 살다 보면 그렇고 그런 일들이 많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럴 때마다 느끼는 것이 바로 나 자신의 부족함이다. 약간의 우월함 따위는 경쟁에서 뒤쳐지기만 할 뿐인데, 또한 그것을 느끼는 것 역시 우월하지 못하다는 증거가 되는 것이니, 이때 참지 못하고 덕이 부족함을 다시 한번 느끼는 수 밖에는, 그리고 그렇게 또 묻어버리고 지나가는 수 밖에는 없는 게 인생이 아닐까 싶다.
권투선수 변정일의 편파 판정 논란은 그동안 잘 몰랐던 사실이긴 하지만, 사람이 하는 일인데 뭐 그럴 수도 있고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논리로 피해가는 일도 많다. 하지만 권위란 자신이 세우는 것이라 할진대, 그 치명적인 편파 또는 오류가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은 너무도 큰 것이다. 결국 주류가 아닌 사람에게는 참고 또 우월하고자 무던히 노력하는 수 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아, 아예 그만두는 방법이 있는데 이건 더 자존심을 접어야 하는 일이라 더 어렵겠군.
한편으로는 한국인 과학자로서 영재 수준이었는데 가정 환경 문제로 공부를 못하다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하게 된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다. 과정중에 연구과제를 발견하여 동료 한국인 학생에게 문의한 바, 이건 물건이니 여기서 다른 사람들에게 빼앗기지 말고 한국에 가서 함께 연구성과를 내자고 했다는 것이다. 박사 5년동안 관련 자료만 수집하고 한국에 와서 결국 성공하고 논문을 냈는데 이게 네이쳐 표지논문으로 실리게 되었다는... 욕심인가, 내가 그렇지 못하다는 점만을 다시 느끼게 되는 것은. 내가 그 수준이 못된다는 증거인 셈인가 하는 생각과 더불어 나는 지금 엑셀 붙잡고 뭐하고 있는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결론내리려 해도 내려지지 않는 이 인생의 문제는 결국 내가 원하는 결과가 무엇인지에 따라서 다르지 않을까 싶다. 난 이론도 실제도 아닌 애매모호한 경계에서 이론을 원하는 논문지들과 실제를 원하는 교수님 사이에서 헤매고 있는 걸까, 아니면 스스로 이도 저도 아니게 만들고 바이크나 타고 싶은 걸까... 앞으로 또 이런 생각들을 얼마나 더 해야 하는 걸까 싶다.
저도 제가 하고 있는 일이 별거 아니라는 생각에 미치면 온 몸에 기운이 빠지곤 하죠. 하지만 별 거 아닌 일이라도 그 일에서 만큼은 최고가 되겠다는 의지가 다시 일어나면 다시 그 일을 사랑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겨요. ^^
ReplyDelete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그 의지가 언제쯤 일어날지, 저도 고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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