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8-01

찬사와 염려를, 투혼과 인생의 사이의 금메달

연일 올림픽 이슈가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는 이때, 나는 시원한 연구실에서 열심히 뭔가 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눈길이 가는 뉴스는 언제나 있는 법, 세계 유일의 챔피언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또 이루는 선수들의 모습에서 인간 승리의 드라마를 느끼는 것은 비단 나의 일만은 아닐 것이다.

대학때 어설프게 4년간 한 게 다지만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아있는 유도는, 현재의 내 체형과 체력을 길러준 기본이었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한편으로는 몸을 안전하게 지키면서도 끈질긴 체력을 보유하게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내 부족함 때문에 온전치 못한 몸을 가지게 된 것도 사실이다. 나만 그랬으면 그냥 개인적인 문제라고 생각할 것인데, 주변에 많은 동료 선후배들이 이런 문제로 선수 생활을 접는다거나 운동을 더이상 하지 못하는 것을 보아 왔기에, 참으로 걱정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멀리 예를 들지 않아도 내 몸의 상태도 좋은 편은 아니다. 한참 다쳤을 때의 의사 선생님의 언급은 지금도 생생하다... "운동을 계속적으로 해서 근육을 강화시켜야 합니다. 아니면 나이 40도 안되어서 휠체어를 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힘이 들고 땀이 많지만 무언가 운동을 하려는 생각을 계속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동아리에서 취미로 한 내가 이 정도일 진대, 선수생활을 한 분들은 어떠랴. 그들의 땀과 눈물은 마치 군생활을 해 보지 않은 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그것과도 같지 않을까 싶다.

이번 런던 올림픽 유도 -81kg급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김재범 선수의 언급이 그래서 특히나 마음에 와서 닿는다. "4년전에는 죽기 아니면 살기로 했는데 이번에는 죽기로 했습니다", "(몸) 한쪽으로만 운동한 지 오래 되었습니다", "올림픽 때까지만 버텨라, 그 후엔 수술대에 올라가든 어떻든 상관 없다"... 긴 인생이라고 한다면, 그가 이룬 업적의 뒤에서 치루어야 할 댓가가 판단되지 않는다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한편으로는 위대한 금메달의 영광을 안고, 다른 한편에서는 이제 진통제와 재활에 의존할 그의 역경을 생각하노라면 참 그 열정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운동을 하면서 건강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인데, 이게 어느 정도 단계가 지나고 나면 뒤바뀌어 운동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것이 당연한 처사인지도 모르겠지만, 그 욕심과 열정 뒤에서 몸 생각도 하면서, 상하지 않도록 잘 배워가면서 살아가야 할 것 같다. 그렇게 인생을 보내기엔 내 자신부터가 너무 아프다.

4 comments:

  1. 그렇게 주객이 전도되는 일이 많은 것 같습니다. 건강을 계속 유지하실 수 있게 되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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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감사합니다. 열심히 사는 것 만큼이나 잘 사는 것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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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축구에 대한 일본반응은 어때?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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