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8-07

수영복 산 이야기

일본의 해수욕장은 락커가 있는 곳이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 시설이 매우 열악하다. (근데도 주차비는 꼬박꼬박 받는 걸 보면 신기하기도 하다.) 그냥 샤워시설 하나에 자그마한 식당 하나 있는 정도인데, 그래서 그런지 대부분의 일본 사람들은 차에다 텐트며 그늘막이며 바베큐 시설이며 아이스박스를 싣고 와서 다 벌려 놓고 즐긴다. 난 오토바이니 그럴 수는 없지만, 수영복으로 갈아입곤 짐들을 오토바이 새들백에 넣고 손에는 달랑 오토바이 열쇠 하나 들고 바다수영을 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바다 수영복은 반바지 스타일에 한쪽에 자크가 달려 있는 걸 입는데, 아마도 한 10년은 입은 것 같다.

얼마전 달려서 간 바닷가에서 수영을 하고 돌아오려 하는데, 수영복 우측 주머니 자크가 열리질 않는다. 힘을 줬더니 손으로 잡는 부분이 뚝 부러져 버리고... 너무 오래 썼나, 결국 자크를 억지로 열어서 손상시키면서 오토바이 열쇠를 꺼내 돌아온바, 이제 이 자크를 고쳐야 다시 이걸 입고 물에 들어갈 수 있을 듯 하다.

일본은 옷 수선집도 참 찾기가 어려운... 줄 알았는데, 군데군데 있는 "양복 수리점"이라고 써 있는 곳이 그냥 수선집이라는 걸 이제서야 알았다. 아무튼 친구의 도움을 받아 집 근처에 있는 Izumiya 라는 종합 양판점 내에 있는 수선점을 방문하게 되었다. 들고 간 옷을 보여주며 이 자크가 고장났으니 고치고 싶다고 하니 이런, 2,130엔을 달란다... 가격도 후덜덜하지만 고치는 데 일주일을 달라나, 좀더 빨리 안되냐고 하니 4일은 걸린단다.

시간이 문제가 아니라 이거 너무 비싸지 않나 하고 망설이다 생각해보니, 그 가격이면 그냥 수영복을 사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나와서 해당 3층 매장에 가 봤다. 왠걸, 같은 디자인은 아니지만 같은 기능성의 수영복이 최저 1,380엔부터 있다. 물론 제일 싼 것은 내 사이즈가 없어서 좀 비싼 2,380엔 짜리를 샀지만, 참 의심이 되는 것이 수선집은 이런 정보를 알고 있을텐데 하는 생각이다. 컴퓨터도 그렇고 여기는 수리가 인건비가 많이 소요되서 그런지 너무 비싸고 그냥 새로 사는 것이 나은 경우가 많다.

아직은 적응해야 하는 일이 참 많다. 그리고 이 수영복을 입고 좀 바닷물에 담가봐야 할텐데...

2 comments:

  1. 와 심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리 비싸도 만원이면 해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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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런줄 알고 고치러 갔다가 결국 샀다는 스토리...
      새로 산 거 잘 입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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