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1-31

감동 이전의 생각 - Nothing but the Truth (2008)

추천에 의해 얼마전 뒤늦게 보게된 영화 Nothing but the Truth (2008) 은 생각이 많아지게 하는 영화다. 물론 난 언론과 무관하므로 이 영화에 담긴 미국에 대한 정치적 의도나 사실 여부에는 아무런 생각이 없다. 단지 주인공인 기자 레이첼이 왜 그렇게 자신의 취재원을 보호해야만 했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자신의 삶을 내던지는 두가지 다른 결정을 하면서, 하나는 특종에 올라 퓰리쳐상 후보를 만들 만큼 세상적으로 위대한 것이었지만, 또 하나는 자신과 취재원, 그리고 그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가진 것을 앗아갈 만큼 위험한 것인데도 자신이 나서서 보호해야 하는 것이다. 가슴 속에 있지만 내뱉을 수 없는 이 거대한 진실 앞에서 선택한 것은 자신의 혀를 묶는 일이었는데, 그 가슴아픈 과정 속에서 그녀가 과연 잘 했는가 아닌가 하는 것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하게 만드는 영화였다.

한편으로 나에게는 주인공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확신이 있다는 사실이 부러울 뿐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사실을 확인한 이상 보호해야 할 견고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그것이 자신과 자신 주변의 사람들, 그리고 가해자이자 피해자가 되어버린 에리카 (Vera Parmiga) 와 주변까지도 파괴하는 것을 보면서 어떤 것을 느꼈을까 궁금하다. 이 부분에서 주인공인 레이첼 (Kate Beckinsale)의 연기는 약간은 단선적으로 자신에게 집중하는 태도를 보이는데, 사실적이긴 하지만 자신의 폭로 대상을 조금은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한편으로는 에리카가 죽는 장면은 그 자체만으로도 참 충격적이었다. 그녀 역시도 다른 요원들의 제안을 코웃음칠 만큼, 아니 그 전에 보고서를 낼 만큼 강단의 사람이 아닌가. 주인공을 좀더 돋보이게 하기 위한 장치이겠지만 약간은 허무하면서도 주인공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여기에 사족처럼 뭐 우리나라 언론의 책임의식이니, 아이돌 등의 선정적 보도 태도를 논하고 싶은 마음은 아주 조금밖에 없다. 누군가의 이야기처럼 왜 스포츠 뉴스를 검색하면 누가 몸매가 어떻다는 뉴스만 나오느냐 하는 것도 그들의 이야기이다. 왜냐하면 이 영화에서 주인공의 결말이 나오지 않는 것처럼, 잘 했다는 것이 자신의 판단만으로는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랄까. 단지 이렇게 보호하고 싶은, 혹은 보호해야 할 대상이 나에게는 있는가, 그로 인해 인생이 참으로 가치가 있는가 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이 영화가 좋을 뿐이다. 다분히 폭력적, 선정적이고 눈에 띄는 것만을 추구하는 작금의 영화들 중에서 참으로 좋은 영화다 싶은 생각이 든 이유도 이 때문이다. 내가 이런 류의 영화를 그리 즐기지 않음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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