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5-05

친구찾아 동쪽으로 - 이와타 기행기 (오는 날)


사실 더 놀려고 하면 한이 없지만, 내 몸 상태가 계속적인 라이딩을 견뎌내지 못한다. 물론 참고 달리면 달리겠지만 그게 목적이 아니니 그저 무리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다행히 이곳 하마마츠의 피시방은 꽤 쾌적하고 샤워도 무료로 할 수 있어 괜찮았다. 아침 일찍 눈이 떠져 5시반에 나서게 되었다.

어라, 해가 일찍 뜨는구만... 어제 오토바이 댈 곳을 못찾아서 패밀리 레스토랑 주차장 한켠에 세워두고 저으기 불안했는데, 알고 보니 역전에 바이크용 무료 주차장이 몇발짝 앞에 있다. 정찰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실감하면서 하마마츠 성이나 둘러볼까 하고 찾다 실패, 아침을 덮밥집에서 먹었다.


이따 축제가 시작되면 인간들이 많을 것이니 하마마츠는 아침에 둘러보는 게 낫겠다 싶어서 좀 유명한 곳을 찾는데, 사구로 유명한 돗토리처럼 여기도 바람이 만든 모래산인 사구가 있다고 한다. 남쪽 해변에 있는데 여기서 축제의 프로그램중 하나인 연날리기도 한다고 한다. 사구가 규모는 작지만 바다까지 가는데 꽤 운치가 있다. 그냥 그렇게 스치듯 보고선 다시 달릴 방향을 연구한다.


동쪽으로 달리면 도쿄까지 얼마든지 가겠지만, 그러면 돌아가는 데도 이틀이 걸리겠다. 오늘은 그저 어느 정도 동쪽으로 달리다가 돌아가는 코스를 생각하게 되었다. 바다를 따라서 가 보자는 생각으로 150번 국도를 따라 달리는데 차도 별로 없고 신나게 속도를 올린다. 어느새 오마에자키 곶에 다다르게 되었는데, 경치가 사진으로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사람들도 멈춰서 구경들을 하고, 나도 지도를 보고서야 내가 한쪽 끝에 와 있음을 알게 되었다. 바로 위의 등대는 입장료 200엔이 아까워 안 들어가고 올라가는 길만 잘 감상을 했다. 역시 나는 바닷가를 달리는 게 구미에 맞아... 생각하며 여기서 북쪽으로 기수를 돌려 1번 국도를 다시 만나기로 했다. 운이 좋게도 바이패스를 만나 순식간에 1번 국도로 돌아섰다.

여기서부터는 돌아가는 길이다. 반대쪽에서 많은 투어팀들이 달리는데, 초퍼부터 스쿠터까지 가지각색이다. 서로 반갑게 인사를 주고 받으며 속도를 내 달리는데 길이 괜찮아 속도도 낼만 하다. 그러나 체력은 바닥을 향해 급격히 떨어진다... 다시 이와타를 지나 하마마츠에 도달해서 연날리기 한번 보겠다고 세우려고 하는데, 여기 자치회에서 저 멀리 대란다. 내가 연 못봐서 환장한 놈도 아니고 그냥 지나가기로 했다.

한바퀴 도니 220키로, 국도변 한 편의점에 서서 커피우유를 들이키며 허리를 펴는데 이세로 가는 라이더 하나가 말을 건다. 혼다 호넷 250인데 아주 든든해 보인다... 나도 부럽지 않다 생각하면서 주유를 하고 이내 내빼기 시작한다. 올때 1번 국도에서 데인 곳은 피해서 23번 국도를 타는데, 바이패스가 아닌 원래의 길로 들어가니 속도는 못 내지만 재미있는 길이다.

이제 다시 속도를 내야 하는 바이패스에 도달했다. 여기서부터는 올때 봤던 길인데, 무미건조하고 속도 위주라서 카리야에서 잠깐 쉰 다음에는 얼른 달려 나고야 남쪽을 빠져나간다. 시속 100키로로 1시간을 계속 달리니 왼쪽 어깨가 떨어져나가는 것 같다^^ 몇개의 다리를 지나다 감으로 북쪽으로 꺾었더니 잘도 빠져나왔다. 이제 421번 국도를 타고 산을 넘어 비와코쪽으로 간다.

앞에 할리가 포함된 투어팀이 함께 이동했다. 시끄럽긴 하지만 폼은 사는 그들을 추월하여 산으로 들어선다. 막히지도 않고 어찌 이리 잘도 가는지, 전에 보았던 초록색 호수는 지금은 낙조에 그리 아름답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리로 오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었다. 왠걸, 히가시오미로 들어가니 왕창 막히기 시작한다. 그제서야 저번에도 막혔었는데 하는 기억을 되살리게 된다. 멍청한... 손이 아프도록 길을 헤매고 나서야 목적했던 목욕탕에 도착했다.

열심히 달린 만큼 후회는 없지만, 얼마나 피곤했는지 목욕탕에서 거의 정신을 잃다시피 했다. 그래도 이틀동안 600키로가 넘게 달리면서 사고 없이 무사히 집에 돌아온 것이 감사하며, 더불어 즐거운 연휴 이틀을 보낸 것 같아 기분이 무척 좋다.

6 comments:

  1. ㅇㅎㅎㅎ
    나도 그 여행에 함께 참여한듯...
    힘도 많이 들었겠지만
    그래도 속은 좀 후련했겠다~
    멋진 여행기 잘 읽었으
    근데...
    난 언제쯤
    이렇게 홀가분한 여행 한번 해보나??
    ㅎㅎㅎ

    ReplyDelete
    Replies
    1. 그렇게 집중하고 나면 좀 비워지는 느낌이긴 하지.
      다 털고 떠나면 홀가분하지... 돌아오면 다시 시작이지만^^

      Delete
  2. 모래사장만 보면 꼭 사막같다~

    ReplyDelete
  3. ㅋ ㅋ '정찰' 아직 군대용어가 익숙하신 모양입니다.

    자동차에 비해 몸으로 받아내는 충격이 꽤나 큰 모양입니다.

    ReplyDelete
    Replies
    1. 저도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그렇게 몸에 배었네요^^
      오토바이 타는 것이 원래 좀 많은 체력을 요구하는 데다가, 윈드실드나 바람에 대한 기계적인 대비는 없는 바버 스타일이라 더 그런 것 같습니다.

      Dele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