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1-18

답답함과 그리움의 사이 - 아이리스 이야기

일본에서 지내다 보니 사소한 것이라도 한국에 관련된 내용이면 관심이 좀 가는 편이다.
더구나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Loser 논란과 같은 것들은 인터넷에 심심치 않게 보인다.
사실 드라마를 대체로 보지 않지만, 우연한 기회에 보게 된 '아이리스'는
영화와 같은 화면 구성과 빠른 전개 탓인지... 관심을 가지고 보게 되었다.

사실 진부하다고 할 수도 있는 배우들의 변하지 않는 캐릭터, 다른 작품들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
특히 군생활 조금 한 내게도 너무나 어설퍼 보이는 액션연기 등등은 정말 처량하기 그지없지만
이 모든 것들을 감안하고서도 그저 볼 만한 드라마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역사를 꼬다 못해 뒤바꿔놓은 사극보다는 훨씬 재미있는 것 같다.
내가 그런 경향의 극들을 좋아하는 것도 하나의 원인임을 무시하지는 못하겠다.

그런데...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고, 이 상황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는 평론이 있다.
임무에 실패한 김소연의 북한 내의 가족을 처형한 것이 비현실적이라는...
그럼, 그 글을 쓴 사람은 결코 그렇지 않다고 알고 있는 걸까? 아니면 믿고 싶은 것일까?
이 믿음에는 NSS라는 비현실에는 어떤 비현실이 붙어도 상관없지만,
북한이라는 현실에는 현실이 붙어야 한다는 가정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럼... 그러한 사실은 매번 처음에 고지되는 "이 극은 픽션입니다"라는 말과는 어떤 관계일까?

여전히 사람들은 믿고 싶은 것을 믿고, 보고 싶은 것을 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렇다고 현실을 무시하자는 말은 아니다. "개그는 개그일 뿐"이라고 아무리 외쳐도
개그가 개그가 아닌 것을 모두가 알고 있듯이 말이다. 단지 참을성을 가지고 지켜보자는 거다.
현실이 과거로 넘어가고, 환상과 꿈이 현실이 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단지 지금이 아닐 뿐, 시대는 우리에게 잊지 못할 교훈을 주고 시간에 힘을 부여한다.
내가 살고 있는 시대에 꼭 그런 것들을 모두 알아내고 판단해야 속이 시원할까?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최근 인도에서 공부하고 국내 학계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정계 진출을 노렸던 한 인물의 국가보안법 위반 공판 결과가 기사화되었다.
혐의를 시인하면서 호기심에, 배운 지식의 실증에 대한 욕심에 그런 일을 했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미디어법에 대한 판단이 '합법'이라고 한 적이 없다고 한다.
의문사위원회를 믿지 못하겠다고 해서 의문사 유가족들이 스스로 요청을 취하하고 있다고 한다.
무슨 목적으로 어떤 말을 하든, 결과는 곱게 넘어가지 않는 법이다.

실제로 드라마를 보고 나서 현실과 혼동하거나 현실화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법이 되었든 뭐가 되었든 나서서 막아줘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말한 게 뭐 그리 중요하냐고, 내가 뭐 대단한 사람도 아닌데... 그냥 파워블로거나
내 취미가 그쪽과 가까와서 그렇다는데... 웃기는 짬뽕이다. 그러고 국민이라 하겠는가.
거기에 나라의 힘이 낭비되게 하는 것은... 내게는 웃기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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