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5-28

어느 시간강사의 자살이 시사하는 점

나도 남들보다 매우 늦게 이곳 일본에서 공부를 하고 있지만 앞이 명확히 보이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공부를 할 수 있다는 환경에 대해 무척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간다.
비록 3년이라는 계약직과 같은 신분의 학생이지만, 타국에서 장학금과 생활비를 받아가면서
이렇게 공부할 수 있고, 다행히 교수님의 성향도 자율적인지라 매우 즐겁게 생활하고 있다.

내가 무엇때문에 이 자리에 있는지,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작금의 현실은 당장 내일 무엇을 할 것인가를 판단하기에도 벅찰 정도로 빠르게 변한다.
아마도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공무원을 원하는 듯 하다... 난 그 자리를 차고 나왔지만 ^^;;
그럼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당연히 나 자신에게 있다고 보는 것이 가장 옳다.

서구 사회에서와 같이 복지제도가 잘 되어있는 나라는 실업을 해도 먹고 살 만한 모양이다.
하지만 한국은 그렇지가 않다... 그렇다고 해서 나라를 비판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가 아닐지.
내가 능력이 출중해서 여기서 박사과정을 계획된 시간 내에 마치고 바로 직장을 잡는 것은
현재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막상
그 상황이 되어야만 알 수 있는 것 같다. 마치 청운의 꿈을 품고 군입대를 한 지난날과 같이...
내가 생각하는 상황이 되어주면 그것만큼 좋은 것이 어디 있을까. 그리고 그 상황이 만들어지기 위해
난 무엇을 했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다시 생각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만일 그렇지 못하다면... 난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최소한 남의 탓은 하고 싶지 않은게 소망이다.

시간강사가 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한국 사회의 현실일 것이다.
하지만 이곳 일본에서도 내 주변에 계약직이 수도 없이 많은 것을 본다.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문제다. 내가 그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했고 어떤 투자를 했는가가
내가 처한 지금을 결정하는 요소가 된다. 문제는 그게 너무나 빨리 변하고 있다는 것 뿐이다.

많이 괴로왔을 것이고, 스스로 삶을 포기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갈등을 했을까 싶다.
하지만 그것은 그 사람의 문제고, 내가 그것을 통해 교훈을 얻었다면 참다운 학자의 길을 가기 위해
오늘도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세상에 나만큼 어려운 사람은 딱 나 하나 뿐이고,
나머지 다른 사람들은 나보다 훨씬 어렵거나 아니면 그 어려운 것을 외면하며 쉽게 살고 있을 테니.
문득 금세기 가장 어려웠던 수학 문제를 해결한 수학자가 명예와 상금을 외면하고 쥐가 나오는
현재의 집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살겠다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의 선택의 의미는 무엇일까...
더불어 5월 27일부터 석달간 외부출입을 하지 않고 참선한다는 조계종 승려들의 모습도 비쳐진다.
얻으면 될까, 아니면 버리면 될까... 내가 가진 것이 없다면 얻기도, 버리기도 무척이나 여려울 듯하다.

선택의 문제라 하고 싶지만, 나도 이 현실이 거대하게 느껴질 때면... 바람을 쐬러 달린다.

5 comments:

  1. 원하는 일을 하면서 그 만큼 아니,,,사실 어느정도 만족할 만큼의 댓가를 같이 받을 수 있다면 그것만큼 이상적인 삶이 또 있을까.. 공부하고 노력한 만큼의 어느정도의 기본권을 보장하지 못하는 것으로 그 시간강사의 죽음은 단순한 죽음이 아닌, 어려운 공부를 지나온 우리나라가 길러낸 유능한 인재하나를 유지못하는 무능함으로 부끄러워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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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나도 계약직이라네...
    우리나라에서 계약직으로 살아간다는 건
    항상 미래에 대해 부족하고 불안해야만 하고
    그래서 늘 자신을 쉼없이 채찍질해야하며
    언제나 투쟁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는...
    보통 사람들의 눈과 머리속에
    그런 뜻으로도 해석되는것 같으이...
    그래서 정규직을 하고 싶다네... 나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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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정규직을 하면 좀 나아지려나.
    난 차고 나온 셈인데... 명퇴나 은퇴나 연봉제나
    겪어보지 않아서 모르는 것뿐, 당하면 똑같을 듯...
    무언가 하려 하고 추구하지 않으면 안되는 세상이 되어버려
    이거 농사를 지으려 해도 원 뭐가 그리 많이 요구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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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쉬운 문제가 아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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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아마도 조금은 공감하시는 듯 하군요.
    혼자만의 문제가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겠죠.
    쉽지는 않지만, 어렵지만도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참, 내가 가진 것이 없다면 얻기는 쉬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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