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11

스시 먹은 이야기 - かっぱ寿司

일본 사람들이 좋아하는 메뉴 중에서 스시를 빼 놓을 수 없다. 원래는 봉스시라 하여 생선 속에 밥을 넣고 먹을 수 있도록 오래 저장하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하는데, 에도시대부터 양념한 밥 위에 생선을 얹어 먹는 握り寿司가 일반적인 형태가 되었다고 하니, 역사는 그리 오래된 건 아닌 셈이다.

일본 사람들은 교토에서는 스시를 먹는 게 아니라고 한다. 바다가 멀기 때문에 신선도를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라나. 하긴 맞는 말이지만 그렇다고 바다까지 가서 스시를 먹을 수는 없는 노릇. 사실 스시를 전문으로 하는 곳은 일본에서도 비싼 축에 들어 가보질 못했고, 그저 回転すし라 하여 죽 돌아가는 레일 위에 스시를 골라 먹는 집으로 간다. 근데 이 회전스시집도 종류가 꽤 되고 스타일도 조금씩 다른데, 나는 집에서 가까운 갑바스시에 자주 가는 편이다. 가격도 맛도 마음에 들지만 무엇보다도 음식 스타일과 함께 나오는 생강초절임을 차게 유지해 주는 게 마음에 든다. 더불어 주문하기 편한 터치패널 식의 작은 화면도 사진을 보면서 고를 수 있어서 즐거운 마음으로 그동안 즐겨 갔던 곳인데, 이번에 조카가 오면서 사진을 찍어 줘서 늦게나마 올리게 되었다.

보통 주말이면 대기하는 인원때문에 30분 정도는 기다려야 하는데, 이날은 운 좋게도 테이블 석으로 바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제일 먼저 하는 것은 역시 세팅인데, 예전에는 티백이었던 녹차가 이제는 가루로 제공된다. 비치된 컵에 녹차가루를 넣고 테이블 옆에 붙어있는 온수공급기 (사진 오른쪽 위)를 이용해서 차를 만들어 마시면 된다. 차가운 스시를 먹는데 도움이 되는 음식이고, 맛이 잘 어울리면서 서로 다른 스시맛을 보기 위해 입안에 남은 맛을 지우는 데도 도움이 된다.

자, 이제 돌아가는 스시들을 보면서 골라서 먹으면 되는데... 종류가 줄잡아 50여가지가 되기 때문에 중복이 되어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영어로도 설명이 되어 있는데 (사진 왼쪽 아래) 뭐 봐도 모르고 그냥 맛있어 보이는 것을 집으면 된다. 참고로 저 계란말이 초밥은 한번 먹어봤는데 달아서 별로다. 
전부 100엔 (세금 포함 105엔)인데 일부 메뉴는 더 비싸다. 회전스시집 중에서도 싼 메뉴는 적게 내고 비싼 메뉴를 많이 내는 양심불량 업소가 있는데, 이 집은 주 메뉴가 가장 싼 것들이 많고 비싼 것도 150엔대, 200엔대, 300엔대 (된장국이나 특별한 요리 등) 정도로 대중적이라 할 수 있다.

갑바 스시에 자주 오는 이유, 바로 주문 시스템의 편리성 때문이다. 각 테이블에 비치된 터치패널 (사진 왼쪽 위, 잘 안나왔다)에는 제공되는 모든 메뉴가 표시되고 주문할 수 있다. 특히 ただき(겉을 살짝 익힌 초밥)나 덴뿌라 초밥 등은 조리후 바로 먹는 것이 가장 맛나기 때문에 이 주문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또한 뭐가 맛있는지 잘 모르겠으면 터치패널에서 おすすめ (추천 메뉴)를 고르면 선택하고 나서 후회하는 일은 없다고 봐도 된다. 주문을 하면 저렇게 신칸센 모양의 기차에 얹혀 각 테이블로 오기 때문에 아이들이 무척 좋아한다고 한다. 

이 날의 방점은 바로 계절 별미인 굴 튀김 (かきふらい)!! 평소 굴을 즐기는 편은 아닌데 이 굴 튀김 만큼은 정말 겨울이 기다려지는 맛이라 아니할 수 없다. 더구나 가격 210엔! 아무리 싸게 먹어도 500엔은 줘야 하는 이 별미가 나를 확 사로잡는 바람에 3접시나 해치웠다. 쩝쩝^^
하도 흥분하며 먹어서 온전한 사진은 없고 1접시 4개인데 하나 남은 걸 조카가 찍어줬다... 스시 집에서 왠 튀김이냐고? 대중식당에 가까운 회전스시집에서는 이렇게 아이들과 스시를 잘 못 먹는 사람들을 위한 메뉴도 나쁘지 않게 준비한다. 우리나라 족발집에서 돈까스를 하는 것처럼... 

배가 빵빵해져 오는 것 만큼이나 스시 그릇 쌓이는 재미도 쏠쏠하다. 더운 녹차를 보강해 마셔가며 먹는 스시 그릇은 재미있는 정보도 담고 있는데, 보면 빨간 접시 (와사비가 들은 초밥)와 노란 접시 (와사비를 뺀 초밥)로 나뉘어 있어서 각자 취향에 맞게 먹을 수 있다. 참 좋은... 시스템... 그리고 결정적으로 평일 할인 행사를 하고 있는데, 실제 한 접시에 세금 포함 105엔인 스시 가격을 평일 한정 94엔에 제공하니, 아무리 양껏 먹어도 2천엔을 넘길 수 없다. 즐거운 스시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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