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13

권력과 종교, 그 오묘한 관계

난 종교학자나 정치학자가 아니다. 그 분야에서는 거의 문외한에 가깝고, 아는 것이라고는 그저 내가 직접 경험한 것밖에는 없다. 무엇이 내가 할 일인지도 잘 모르는 이 판국에,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원대한 말을 꺼내지 않더라도 나 외의 것들에 대한 평가가 무척이나 어려운 것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주제라고 생각이 된다.

하물며 박애에 기반한 종교임에랴. 종교적 관점에서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데, 그것이 무엇이든 곧이 해석은 종교적 관점으로 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그 해석 또한 종교 내에서 통용되는 것이지, 해석 관점을 보편화하겠다고 들이댄다거나 해석 결과를 강요하는 일 또한 종교적 관점에서는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 아닐까 싶다. 아니, 용납하기 어려워야 정상적인 종교라 보여진다.

지금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정의라는 말을 굳이 들이대지 않더라도, 종교적 관점에서 우리는 이미 불평등한, 부정의한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게 틀림없다. 그렇지 않다면 종교에 의지해서 위로할 건덕지도 남아있지 않을 것이니 말이다. 하나의 시스템에서 한 축을 담당하던 종교가, 그 얽히고 섥힌 문제로 수많은 사람들이 의미를 가지고 또 돈을 벌고 있는 그 종교가, 자신의 관점을 강압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 종교적 관점에서 극에 달한 것이 이단 문제인데, 이것이야말로 종교 범위 내에서 보면 이단이고, 사회적 관점에서 보면 불평등, 부정의 정도로 압축될 수 있다.

천주교에서 벌어지는 4대강 발언 관련 비판내용이나 조계종에서 주장하는 여당과의 단절 등의 문제는 나에겐 참 생소한 발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는 종교 내 일부 집단에서 일어나던 일들이 소위 '언론'이라는 말을 업고 세력화하고자 하는 일들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데, 내가 '언론'이라 불리는 천박한 무리들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한 바 있으니 더 말하고 싶지 않고, 한마디로 자기 머리 못깎는 사람이 남의 옷 탓하는 말로 들리니 참으로 한심하다 밖에는 생각되지 않는다.

무조건 참아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옳지 않은 것과 정의롭지 못한 것을 구분하자는 의미이다. 종교라는 것이 인간의 궁극적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거라면, 그것이 현실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명확하게 밝히자는 거다. 내가 살아온 환경이 이렇고, 이게 맞다고 생각이 되는 것이라면 주장하는 데 무슨 문제가 있는가 하는 주장이 있을 수 있는데, 그건 일개 개인의 생각이고 만일 언론이라 해도 문제의 소지가 다분한 것이다. 하물며 전원 찬성이 나올 때까지 투표를 계속해서 뽑은 신의 대리자인 교황이 지배하는 천주교에서, 혹은 시간 정하지 않고 문답을 계속하여 세상 돌아가는 것과 관계 없이 절대 진리를 추구하는, 또한 그렇게 무소유를 주창하며 면벽을 마다하지 않는 불교임에서랴. 모든 인간을 불쌍히 여기고 구원코자 하는 기독교는 말할 것도 없고.

내가 하지 못하는 일들에 대해 대신 이야기해 줌에 감사한 마음이 들기는 한다. 하지만 그런 말들이 말하는 자들의 탐욕을 보여줌을 부정할 수 없음을 또한 느낀다. 왜 그런 식으로 표현되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를 생각해 볼 일이다. '나는 이 언급으로 아무 이익을 보지 않는 만큼 개인의 탐욕으로 몰아가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은 종교의 본질을 이미 벗어난 일 아닐까? 무언가 주려 노력하는 것이 그 본질이거늘, 그 받고자 하는 태도부터 버려야 할 것이다. 존경은 하는 것이지 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일 듯... 내가 존경을 하고 있는 것은 알 수 있지만, 내가 존경을 받는지는 알기 어려워야 정상 아닐까?

훌륭한 지도자를 배출하는 것이 그 나라의 국력을 상징하듯, 그렇게 훌륭한 나라는 만들어가는 사람이 다름 아닌 그 높은 이상을 추구하는 종교인들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현실에 뛰어들고 싶으시면 출마를 하셔서 그 드높은 이상을 추구해 보시던가... 이런 의미에서 그 따위 함량 미달의 4대강이니 템플스테이 예산이니 하는 말은 접고, 스스로 구도에 나서던가 수양을 좀더 쌓으시라. 혹시 아는가, 무언가 깨달을지... 돌아가신 성철 스님을 그렇게도 위대히 보던 작자들은 다 어디로 가고 이따위 저급한 작자들만 남았나. 바티칸 은행은 자금출처가 의심되는 돈을 세탁하다 이탈리아 검찰에 걸리고, 한국은 대통령이 나를 음해했느니 하고 모 사찰 주지가 언론에다 떠드는데... 다 비무장지대 최전선에다 틀어박아놓고 우리 젊은이들이 이렇게 보내고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 말로 떠들으려거든 가진 것을 다 내놓아야 할 것이다. 그래야 죽어간, 또 말없이 죽음을 준비하는 중생들을 구제할 수 있을 것이니 말이다. 왜 중세에 그리도 무모하게 번창하던 카톨릭의 몰락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지...?

2 comments:

  1. 많은 다른 의견들이 있겠지만 제 개인적으로도 종교의 사회참여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자기구도, 자기구원의 문제를 깊이 성찰하고 가르침대로 묵묵히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고 위하고 보듬어 안는 것이 맞지(어느 종교나 그 근원엔 이 가르침이 핵심인 듯) 밖에 나가서 큰소리를 내며 신앙을 가져볼려고 하는 사람들 조차 식상하게 함으로써 도리어 신앙에서 멀어지게 하는 건 절대 아니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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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이불 속에서 활개치는 격이지만 이렇게 표현해 보았습니다.
    답답하기 그지없는 세상에서 무한을 꿈꾸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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