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22

스프카레(スープカレー) 먹은 이야기 - スパイシー

원래 일본에서는 카레를 잘 먹지 않는 편이다. 맛이 없어서가 아니라 매우 단순한 구성이라서인데, 보통 카레를 시키면 건더기가 거의 없는 카레를 주는 경우가 많고 반찬이라곤 한국으로 보면 단무지 한가지 달랑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가격이 싼 것도 아니고 보통 500엔대 초반부터 시작하는데, 고깃점이라도 좀 들라 치면 바로 800엔대로 치솟는 것도 별로인 문제다.
하지만 매운 맛의 강도를 조절할 수 있고 (물론 양념 더 넣는다고 돈도 더 받는다^^;;) 먹고 나면 속은 편하기 때문에 때때로 먹는 경우가 있다. 물론 서양인들에게 카레는 매력이 있는 음식이라 서양인 친구들과도 즐겨 가는 편인데, 늘 가면 뭘 먹을까 고민 안하고 제일 저렴한 걸로 시키되 가장 매운 것을 시킨다. 그래봤자 우리나라 매운 것에는 축에도 못 끼니 그저 맛있는 정도다.

하지만 조금 양상이 다른 (사실은 다르다고 알고 있는) 카레도 있으니 홋카이도 지방에서 먹는 스프카레다. 말이 카레지 카레국, 또는 카레찌개라고 하는 편이 어울린다는 생각이지만, 어느 유명 맛집 블로그에 의하면 그나마 한국의 얼큰한 국물이 그리울 때 위로가 될 법 하다는 말을 듣고 기회가 언제쯤 올까 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학교 앞에는 카레 전문점이 두군데 있는데, 그중 하나인 스파이시(スパイシー)라는 곳이다. 평소 즐기질 않으니 그다지 눈여겨 본 경우도 없었는데 오늘 불현듯 앞에 있던 광고를 보았다. 문 오른쪽에 뒤집혀 보이는 깃발 광고, 바로 스프카레를 출시했다는 거였다!

자세한 것을 보니 치킨스프카레 (780엔, 밥 큰거면 830엔)와 야채스프카레 (680엔, 밥 큰거면 730엔)가 계절 메뉴로 출시되었다고 한다. 별로 싼 가격은 아니지만 홋카이도까지 가야 먹을 스프카레를 먹어볼 수 있다는 생각에 한번 시도해 보기로 했다.

학교앞 점포 치고는 꽤 넓은 편인데, 들어가니 손님은 나 혼자 뿐이라 좀 난감했다. 그냥 카운터석에 앉아서 주문을 하기로 했는데, 앞에 보면 단무지통과 매운 맛을 보강해주는 라유통 (왼쪽위 빨간 포장 모듬)이 보인다.

원래 내가 아는 스프카레는 양고기를 넣어서 만든다고 하던데, 여기는 치킨 아니면 야채 둘중 하나다. 별 생각 없이 치킨스프카레를 시키니 바로 조리에 들어가는데, 다른 것들은 미리 준비를 해 놓고 넣기만 하고 치킨은 튀김옷을 입혀 튀겨낸다. 오른쪽 중간에 있는 타이머로 시간을 재서 튀겨내는데, 오픈된 주방이니만큼 깔끔함은 기본인 듯 했다.

오로지 스프카레가 목적인지라 다른 카레 메뉴는 보지도 않았지만, 바로 앞에 죽 써 있다. 역시나 500엔대 초반부터 시작하는데, 부재료로 무엇을 넣느냐에 따라 추가가격이 있고 매운 맛은 아주 매운맛 - 중간 매운맛 - 단맛으로 고를 수 있다. 아쉽게도 스프카레는 매운맛 옵션이 없다.

계절 별미로 나오는 굴튀김 카레 / 새우튀김 카레 / 겨울야채 카레. 보다시피 말한 재료 외의 카레에는 건더기 조각도 보이질 않는다^^ 어쩐지 지난번에 먹었던 갑바스시의 굴튀김이 생각난다.

드디어 나왔다. 뭐 만들어놓은 국물을 재료 위에 끼얹은 것 뿐이지만, 첫술을 떠 보니 꽤 괜찮았다. 단 매운 맛은 기대할 수 없는 거 같았다. 아무렴, 그렇지 않으면 홋카이도에 있는 원조집들이 장사가 되겠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열심히 퍼먹었다. 숟가락을 주는 것도 그렇고, 여기 국물요리들이 매운 게 거의 없는 현실에서 과연 스프카레는 위로가 될 만한 요리였다. 심지어는 김치찌개도 정작 김치로 만들지 않고 조미료로 범벅해 만들어 두통을 유발하는 이 나라에서 이만한 국물요리는 찾기 어려울 것 같았다.
원래의 맛으로 중간까지 먹다가 위에 있는 라유를 부어 매운 맛을 추구해 보았다. 약간은 알싸한 매운 맛이지만 그럴듯한 맛을 내는 스프카레가 꽤 괜찮았다. 하지만 문제는 가격... 780엔을 주고 스프카레를 먹으려면 한국이 꽤나 그리워야 할 듯 하다^^

8 comments:

  1. 맛집 탐방기가 아직 계속 되어지고 있군요. 흥미롭습니다. 저도 늘 샌드위치만 싸가서 먹다가 가끔은 인도식당에 가서 카레로 만든 음식들을 먹는데 역시 우리 조선인들은 얼큰한게 가끔 필요한 듯 싶습니다. ㅎ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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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맛집이라기보단 제 식생활의 기록이랄까요^^ 맛집이라 하기엔 부끄러운 곳들입니다.
    그리고 전 (재일)조선인 아니고 한국인인데요^^ 정말 얼큰한게 그리워 고추가루 사놓고 요리할 때 왕창 뿌려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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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감자넣고~ 양파넣고~
    지글지글~ 뭐어쩌구~ 타지마할!
    ... 라고 시작하는
    노라조의 "카레"라는 노래가 인기였지!
    얼른 울집에 와라!
    감자랑 양파랑 당근이랑
    쇠고기 돼지고기 잔~뜩넣고
    매운 백세카레 걸쭈~~~~~욱하게
    끓여줄게!!!
    ㅎㅎㅎ
    내가 넘 심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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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연말맞이 염장 시리즈인가... 아무튼 고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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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요즘 잠수 타세요? ^^

    건강하고 복된 새해가 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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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감사합니다. 제가 요즘 정신이 좀 없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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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한국에도 스프카레를 파는 가게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는데 아직 먹어보진 못했는데ㅎ
    무슨맛일까 궁금했는데 포스팅 보니까 더 궁금해지넹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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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굳이 이야기하자면 카레 국이랄까... 조금 매운맛을 첨가한...
    한번쯤은 먹을만 하지만, 먹고 나면 김치찌개가 그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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