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0-02

타블로의 학력 의혹을 보면서

참 여러가지 생각이 들게 하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지만, 이번 타블로 관련 내용은 개인적으로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확산되는 측면이 많은 것 같다.
다른 모든 내용들은 서로 싸우고 그걸 강건너 불보듯 즐기는 언론이 다루고 있으니 차지하고
나에게 빗대어 생각나는 대목만 다루고 싶다.
어떻게 마무리되든, 상처받을 사람은 이미 다 받았다는 느낌의 이 허무함은 무엇인지...
그리고 누가 이런 문제를 제기하고 이익을 얻고자 하는 것인지... 그걸 논하고 싶다.

타블로의 학력을 의심하는 사람들의 생각의 시작은 "공정" 또는 "상식"이라는 것이란다.
즉 한국 사회에 만연된 학벌에 대한 막연한 숭상이 공정한 사회를 이루는데 해악이 되고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는 일들이 벌어지는 것을 참을 수 없다는 것이다.
부가적으로 스탠포드 같은 좋은 학교를 나온 사람들은 사회에 기여를 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거다.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그 "공정"이나 "상식"이 생각하기에 따라 얼마나 편협한 것인가를 한번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내가 공정하면 다른 사람도 공정해야 하고, 내가 상식이라 여기면
다른 사람에게도 상식인가 싶다... 세상에는 정말 예외가 많고, 사실이 아닌 것도 많으니 말이다.
나도 여기 일본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있지만, 내가 정말 유학을 올 수 있는 자격이 있는가 하는 것은
나를 입학 허가한 사람들의 판단일 뿐이다. 그리고 나의 미래는 내가 여기서 만들어가는 과정이
얼마나 잘 되는가에 달려 있는 것이다.
지금도 후회하는 것은 그저 한가지 시각에 매달려 대학 학부과정 전공을 선택했다는 점인데,
지금 여기서 공부하는 다른 학생들을 보면 학부부터 석사, 박사까지 연계성 있게 공부하는 것이
참 큰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나는 그리도 먼 길을 15년간 돌아서 간신히 왔는데...

나에게 상식이 아닌 것이 남에게도 아닐 것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상식"적인 측면일 뿐이다.
세상에는 예외도, 특출한 사람도 무척이나 많다는 것을 여기서도 많이 느끼고 있지만,
그것이 주는 의미는 내가 생각하는 의미의 범위를 많이 벗어나지는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즉 "특출"도 내가 생각하기에 "특출"이지, "특출"한 사람들 가운데서는 그저 "상식"일 뿐이라는...

공정치 못한 듯한 면은 있다. 그 녀석은 뭐가 잘났기에 어린 나이에 캐나다로 건너가 영어를 배우고
학교도 미국에서 좋은 학교를 나오고, 그것도 졸업은 해야 되겠고 능력 좋은데 귀찮아서 얼른 마치고선
자기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게 되고, 결국 한국에서도 인기를 끌면서 이쁜 마누라를 만났나...
소위 공정이라는 화두에 맞는 이야기같이 보이는데, 타블로는 연예인으로서 준 공인이라 하더라도
뭐 자기 기록을 다 깔 만큼 책임이 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내가 관심이 없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가 설사 학력을 속였다 하더라도 다른 수많은 연예인들의 가짜 프로필중 하나일 뿐이라는...
언제부터 연예인들 학력에 그리도 민감했는지, 나이, 성형, 이름 바꾸는 것도 모자라 학력이라...
참 내가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싶었는데 못해서 억울하다는 표현의 하나라고 보긴 쉽지만,
그게 다른 사람을 걸고 넘어지는 순간 그 대상자는 헤어나올 수 없는데... 어떻게 수습하려 하는지...

근본적으로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걸 공평하게 만들려 하는 사람은 혁명가이거나
바보이거나, 즉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군생활을 오래 했지만 잘 했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리고 안 갈수만 있다면 안가는 것도 방법이다.
공부 잘하면 군대 안보내지 않나... 그걸 가지고 비난할 측면이 안된다는 거고, 군대 안갔다 오고도
나랏일 잘 하는 사람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이것이 공정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스탠포드를 나왔다고 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말라는 것은 문제가 있다.

"공정"이나 "상식"이라는 화두가 "공평"이나 "획일"이라는 엉뚱한 방향으로 잡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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