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가지 일로 마음이 뒤숭숭한 요즘, 인생에 뭐 특별한 일도 아닌데 깨닫는 점들이 있다. 물론 다들 알고 있는 이야기겠지만, 역시나 길을 아는 것과 길을 걷는 것이 다르듯 느낌이 다른 세월이다.
무언가 안다는 것은 뒤집어보면 다른 것을 모른다는 이야기도 된다. 내가 아는 범위를 정의하기 어려운 만큼 모르는 범위도 적용하기 어려운 바, 세상 둥글게 살자는 누군가의 이야기가 조금은 와닿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내가 아는 것을 이용해서 무언가 중요한, 나 아니면 안되는 일을 하고자 했던 지난 세월들을 살펴보면 역으로 내가 모르는 부분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조치들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이런 생각들과 완전히 다른 것이 믿는 것이다. 이것처럼 취약한 것이 없는데, 한편으로는 이것처럼 강한 것도 없다. 아는 것이 넘쳐 믿는 것이 되어버리면 독이 강한데, 세상 모든 일들을 알 수 없듯 세상에는 믿을 만한 것이 그리 많지 않다. 또 반대로 생각해보자. 내가 내 자신을 모르는데 누가 날 믿을 수 있을까? 그저 이용하는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참 각박해지는 것을 막을 길이 없다.
무언가 계기가 있어야 하고, 정돈된 생각이 있어야 하는데, 세월이 지나갈수록 어렵기만 하다. 세상 누구도 다 알지는 못하지만, 어느 범위만큼은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는 다른 부분들은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데, 실상은 세상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으므로 얕게나마 아는 것이지.
오늘도 이런 잡설로 내 자신을 다독인다. 기다림에 지쳐 몰라버리는 상황이 오지 않기를. 그리고 아는 것으로 인해 위로받는다는 허황된 믿음을 어서 빨리 저버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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