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7-23

굴욕감을 사서 느끼는 방법

많이 더운 날씨다. 다들 힘들어하지만 한편으로는 시원한 사무실에서 모니터를 보면서 업무를 진행할 수 있는 여건에 감사하는 마음도 크다. 이런 날씨에 밖에 나가서 일을 한다면 추가수당은 고사하고 타죽을까봐 일을 안하는 편이 낫다는 생각이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다 내가 가진 업이다 싶다. 하지만 잠깐 떨어져서 생각해보면 내 인생에서 이런 일들이 당연하게 된 지가 불과 얼마 되지 않았다. 그 전에는 정말로 몸으로 뛰어야만 했는데, 그냥 그게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살았다. 지금껏 약을 먹어도 낫지 않는 질환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나에게는 그 상황을 나아지게 할 만한 역량이 있다거나 용기있게 추진해서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었다.

과연 내가 잘 몰라서였을까? 아마 맞는 이야기 같다. 사람들이란 다들 자신이 생각하는 만큼만 살아가는 것이니까. 그리고 그게 옳다고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편이 훨씬 마음이 편하다. 아니면 세상이 변하는 만큼이나 자기 자신도 변해야 하는데, 이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니까.

때로는 이러한 상황에 따라 목표가 바뀌기도 한다.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단계를 벗어나고 나면 이제 어떻게 가진 것을 늘리고 다른 영역으로 확장할까 생각하게 되는데, 이 단계에서 필연적으로 연관된 다른 사람의 것을 빼앗아야 하는 일이 생긴다. 의식적이든 아니든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아니 기득권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삶은 더 힘들어질 것이다. 원래 먼저 발을 들인 사람이 적어도 초보보다는 뭔가 알아야 하는데, 그게 영업비밀이니 노하우니 하면서 실력이 아닌 제도 또는 그 무언가로 지켜지는 구조라면 금방 밑천이 드러나게 되고 결국은 뜯어먹히는 데 얼마 걸리지 않을 것이다.

너무 비관적으로만 이야기했나. 하지만 냉엄한 현실이며, 갖다 댈만한 근거를 찾아 헤매는 일들을 하는 것보다는 현실을 직시하는 편이 낫다. 그저 삶을 돌아봐서는 뭐 하나 할 수 없는 복잡다단한 현대에서의 푸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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