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2-02

무언가 접는다는 것

이제 마음을 접고 나니 한켠이 무너지는 것 같을 것 같았는데, 뭐 아무 상관 없는 듯이 시간이 지나간다. 몸도 마음도 지친 상태에서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을 선택한 것 뿐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싶어도, 그동안 쌓아둔 것들을 봇물처럼 쏟고 있는 요즘엔 그냥 지친 게 아니라 일종의 분노와도 같다고 표현하고 싶다.

그냥 놓아두었어야 했나, 아닌 것을 분명히 알면서도 하얀 백지에 글을 쓰는 지금처럼 판단하기 어렵다. 내가 하는 일에 대한 보람을 느끼는 것이 인생의 나아갈 길이라면, 벽에다 대고 치는 테니스와 같이 연습이 아닌 시합으로서 의미없는 일을 하는 것은 정말 낭비적인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아예 포기한 것은 아닌데, 이렇게 사는 것이 너무나 힘겹다고 느끼는 상황에서 더 뭔가 하는 것도 싫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나의 갈 길이 명확하다는 점이 아니라 명확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용없는 일들에 대해 마음을 접고 더욱 집중해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씹어먹는 느낌으로 받아들이는 날들이 되기를, 그리고 다른 무엇보다도 그런 생각들을 더 이상 낭비로 여기지 않기를 바란다. 하루하루, 한순간 한순간이 나에게 쌓여가는 그런 생활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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