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27

남는 것, 남긴다는 것

이렇게 또 시간이 지나간다. 시간을 느낄 만한 일들을 특별히 하고 있는 것은 아닌데, 그렇게 또 시간이 지나감을 느낀다.

많은 변화 속에서 살아온 세월이지만, 앞으로 또 닥쳐올 많은 변화들을 두려워하면서 살아간다. 그동안 세월을 돌아보면 남는 것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제법 쌓여가고 있음을 체감한다. 그런데 그게 참 또 어려운 일이다. 당시에는 최선을 다해서 뭔가 이루려고 했는데, 막상 지나고 나면 느끼는 게 더 많고 잘못된 것이 더 많다. 이렇게 현실의 논리에 붙잡혀서 살아온 세월이 지나고 나니 창피함도 후회도 인생의 한 부분이겠거니 하고 스스로를 위로하게 된다.

더구나 그런 과거가 남에게 보여진 것이라면, 또 남이 그 보여진 것을 바탕으로 또 뭔가 했다면 그거 더 무서운 거다. 나야 그냥 나 혼자 후회하면 그만이고 댓가를 치루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세상이 그렇지 않은 것을. 하물며 남들에게 영향을 미친 대목이라면 더더욱 이런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이런 생각들 때문에 무언가 남기는 것이 참 부담스럽다. 이제는 자신있게 하던 것들도 하나하나 다시 짚어보게 되고, 화를 벌컥 내면서 소위 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간다고 했었던 일들도 그냥 놔두는 수도 생기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든 현재든 알고 있는 지인들은 너무 빡빡하게 살지 말라 하니... 참 세상이 빡빡한 건지, 내가 빡빡한 건지 알 수가 없다.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이렇게 오늘도 남겨간다. 그렇게 사는 것이 인생이리라. 다시는 실수는 하고 싶지 않다 생각하면서도 실수인지도 모르면서 살아가는 게 인생이고 또 남는 것, 남기는 것이리라 믿고 싶다. 그렇지 않으면 한줄 글이나 한마디 말로 정리가 불가능한 인생을 살게 되고, 그 허상이나 기록들이 고스란히 남아 나를 괴롭힐 게 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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